[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넷마블을 둘러싼 대규모 잠재 매도 물량 부담이 상당 부분 걷힐 전망이다.
텐센트가 넷마블 지분 일부를 정리하기로 한 가운데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이 해당 물량 대부분을 직접 인수하면서, 방 의장의 지배력 강화와 함께 이른바 텐센트발 '오버행' 우려를 줄이는 효과가 예상된다.
21일 넷마블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방 의장은 텐센트 계열 투자회사 한리버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 18.1% 가운데 13.4%를 약 374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거래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해당 물량의 향방이다. 오버행은 대규모 지분을 가진 주주가 주식을 처분하면서 시장에 많은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뜻한다. 한리버가 보유한 넷마블 지분은 전체의 18%가 넘는 만큼 상당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수급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제3자에게 지분이 넘어가는 경우에도 새로운 변수가 생길 수 있다. 1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새로운 주주가 등장하면 넷마블의 기존 주주구조와 향후 경영 방향을 다시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방 의장이 13.4%를 직접 받아내면서 두 가지 불확실성을 동시에 낮춘 셈이다.
거래가 완료되면 한리버의 넷마블 지분은 약 4.7%로 낮아진다. 보유 지분 대부분을 이번 거래에서 정리하는 만큼 향후 텐센트 측에서 나올 수 있는 잠재 매도 물량도 크게 줄어든다.
방 의장의 지배력은 크게 높아진다. 현재 24.93%인 방 의장의 넷마블 지분율은 거래 이후 38.34%까지 상승한다. 단독 지분율이 40%에 가까워지면서 다른 주요 주주와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경영권 안정성을 한층 높이는 거래인 셈이다.
3740억원을 방 의장이 직접 조달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최대주주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자사 지분을 추가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중장기적인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번 거래는 넷마블과 텐센트가 10년 넘게 이어온 자본 관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다. 텐센트는 지난 2014년 한리버를 통해 당시 CJ게임즈에 5억달러 규모를 투자해 지분 약 28%를 확보했고 이후 넷마블 주요 주주로 자리해 왔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리버 지분은 4.7%까지 축소된다.
다만 자본 관계 축소를 곧바로 양사 관계의 단절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텐센트는 일부 지분을 남겨두고 있으며 넷마블도 지분 변화와 별개로 기존 사업적 파트너십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게임사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간다는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설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텐센트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개발·퍼블리싱·투자 전반에 높은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다. 올해 2분기에만 중국 게임 매출 473억위안(약 9조9311억원), 해외 게임 매출 186억위안(약 3조9053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개발사와 지식재산권(IP)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업망도 갖추고 있다.
이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넷마블의 사업 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넷마블의 올해 2분기 매출은 7492억원으로, 이 중 해외 매출이 전체의 78%에 달했다. 북미가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했고 유럽 13%, 동남아 10%, 일본 9% 등으로 해외 사업 지역도 분산돼 있다.
넷마블이 신작 출시 지역과 플랫폼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글로벌 파트너의 역할은 작지 않다. 특히 텐센트가 가진 중국 시장의 서비스 역량과 글로벌 투자·퍼블리싱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지분 관계가 이전보다 약해진 뒤에도 양사가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가느냐가 넷마블의 글로벌 사업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넷마블은 텐센트가 처분하려는 대규모 지분을 최대주주가 직접 인수하면서 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었던 오버행 우려를 낮췄다. 방 의장은 38%가 넘는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한층 공고히 했다.
거래 이후에는 양사의 사업 관계가 실제로 어떻게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지난 2014년부터 이어진 텐센트와의 자본 관계는 크게 느슨해지지만 사업 관계까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텐센트가 가진 영향력과 넷마블의 높은 해외 매출 비중을 고려하면, 양사가 실제 신작과 해외 사업에서 기존 협력을 얼마나 이어가는지가 이번 지분 거래의 중장기적인 의미를 가를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