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김유진기자] 효성가(家) 형제 간 갈등이 법정에서 재점화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의 강요미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동생의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부장판사는 21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공판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은 '효성 형제의 난' 이후 법정에서 처음 대면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을 떠나는 과정에서 퇴임을 알리는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하고 배우자 관련 소문 유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 회장과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 관련 비리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당시 효성에 배포를 요구한 보도자료 내용을 제시하며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회사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중공업 부문 경쟁력을 높여 장기 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 내용이 담겼다.
조 회장은 "일치하지 않는다"며 "중공업 부문이 거의 망가진 것도 조 전 부사장이 있을 때의 일이고 저희를 지속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압적인 요구가 아니라면 저희가 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배우자 관련 소문을 둘러싼 사과 요구도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그런 지라시를 만든 적이 없다"며 "경찰에 가서 누가 작성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왜 강압적으로 저희에게 사과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동생을 상대로 고소·고발에 나선 배경에도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뜻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15년 3월8일 조 전 부사장이 조석래 명예회장 성북동 자택을 방문해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조 회장은 "어머니는 현문이가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스키 타는 사진을 붙여놨는데 아버지가 충격을 받고 다 뗐다"며 "명명백백하게 협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이어 "아버지께서 현문이를 깨우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소·고발했다"며 "재산이 문제라면 정리하고 이제 제발 각자 갈 길을 가면 좋겠다.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고소·고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재판이 생기게 된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반대신문에서는 조 회장이 협박이라고 판단한 근거를 놓고 조 전 부사장 측 반박이 이어졌다. 조 전 부사장 측은 비상장주식 매입을 직접 요구받은 적이 없는데도 각종 고소·고발과 언론 대응을 주식 고가 매각을 위한 압박으로 해석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조 회장은 "가스라이팅을 받았다고 느끼는 부분"이라며 "조 전 부사장과 박 전 대표는 저희에게 직접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저희 스스로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다"고 맞섰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이 협박이라고 받아들인 발언의 성격도 문제 삼았다. 불법·비리가 있다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언급은 협박이 아니라 우려나 경고로 볼 여지도 있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이 당시 녹취에서 조 회장 스스로 관련 발언을 걱정이나 비난으로 표현했다며 "왜 나중에는 다 협박이라고 생각하게 됐느냐"고 추궁했고 조 회장은 "이 만남이나 내용이나 녹취록에 대해서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변호인은 "불법·비리가 있으니 수사를 받고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예상 아니냐"고 묻자 조 회장은 "상식적으로 같은 형제였던 사람이 형하고 아버지를 상대로 지금 이런 얘기를 하면 어떻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느냐"며 "협박이라고밖에 느낄 수가 없다"고 답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퇴사 당시 효성 명의 보도자료를 오후 3시에 배포하라고 요구한 배경도 주식 매각과 연관됐다고 봤다. 조 회장에 따르면 공승배 변호사와 박 전 대표가 두 차례 효성을 찾아와 퇴임 보도자료를 2013년 2월28일 오후 3시께 배포하라고 요구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골드만삭스와 주식 블록딜을 약정한 상태로 보고, 주가하락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장 마감시각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한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 명의 주식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아버지와 가족들이 다같이 관리했다"며 "소유권 위에 경영권이 있기에 임의로 매각할 수 없다. 효성의 입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야 정당화되므로 강요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이 과거 조 전 부사장 행동을 경영권 찬탈 시도로 해석한 점도 문제 삼았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주식을 사들여야 하는데 조 전 부사장은 오히려 효성 주식을 매각했다는 논리다.
이에 조 회장은 "회사와 가족과 모든 관계를 절연시키고 진정으로 소송과 관계가 없고 경영권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면 이해한다"면서도 "무차별적으로 80회 가까이 소송을 하면서 아직까지도 아버지 유류분을 소송하고 있는데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8일 조 회장을 증인으로 재소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