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 경영시대, 선택과 집중 통한 체질 개선
정부·기업 공조 속 지배구조 고도화가 관건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최근 한국 대기업의 계열 분리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3세 경영 승계와 맞물린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소액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국 대기업의 계열 분리, 즉 분사(스핀오프·spin-off)나 물적분할은 비핵심 사업 분리와 고성장 알짜 사업부 독립 상장을 통해 ▲경영 효율화 ▲자금 조달 ▲3세 승계 기반 마련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업분할 공시 206건 중 물적분할이 172건(83.5%)으로 압도적이다. 이러한 추세는 모회사 가치 하락과 소액 주주 희석 등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쪼개기 상장은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상장으로 대주주 지배력 유지와 자금 확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소액 주주에게는 주식 지분가치 희석과 모회사 가치 훼손이라는 부담이 발생한다.
국내 중복상장 비율은 80%대로 약 2%인 미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도입된 ‘5년 룰’(분할 후 5년 내 상장 시 주식매수청구권 허용) 도입 후 기업들은 현재 상장 시점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양상이다. 
韓 계열 분리, 소액 주주에겐 ‘양날의 검’
대기업 계열 분리의 핵심 목적은 사실상 3세 경영인 승계 안정화와 사업 효율화다. 총수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핵심 자산을 분리·매각함으로써 핵심 사업 집중과 현금 확보를 도모하는 전략이다. 
대기업이 계열 분리를 택하는 배경에는 세계 경기 둔화와 규제 압박이 맞물려 있다. 전기차(EV)·석유화학의 업황 부진으로 ‘혹한기 경영’에 대비한 비핵심 자산 매각이 가속화되고 있다.
작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공시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 참여율과 이사회 독립성 심사가 강화되며, 주요 기업은 지배구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선제적으로 사업부 분리를 선택하는 상황이다. 
이는 30대 그룹의 3·4세 승계 작업과 밀접히 연계된다. 계열 분리는 단순 구조조정이 아닌 세대교체의 하나로 진화 중이다. 계열 분리는 사업부 독립화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모듈화 이론’에 부합하지만, 한국형 순환출자 구조의 특성상 대주주 사익 추구 우려가 상존한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헬스케어와 전력 사업 부문을 각각 GE헬스케어, GE버노바로 분리한 사례처럼 독립 운영 시 연구개발(R&D) 효율성과 인수합병(M&A)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순환출자 구조(A가 B, B가 C, C가 A 지분 보유)가 분할 자회사를 새 고리로 연결해 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을 키운다. 총수 일가가 새 회사 지분을 교차 출자하면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내부거래가 쉬워지고, 소액 주주는 사업 흐름 파악조차 어려워진다.
계열 분리는 소액 주주에게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 측면에서는 비핵심 사업 정리로 모회사 기업 가치가 높아져 주가 상승 여력이 생기고, 경영 효율화가 시장에 긍정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물적·인적분할 과정에서 신설법인 주식이 대주주에게 집중되고 소액 주주가 배정받지 못하는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 분할 과정에서 대주주의 자사주 매입에 따른 지배력 강화가 소액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증 연구에 따르면 대주주의 지분 상승은 소액 주주와 채권자 이익을 축소하고, 자본비용을 늘린다. 
대주주 지분이 증가하면 소액 주주와 채권자의 기업 통제력이 약화해 현금이 풍부한 기업이 성과가 저조한 계열사에 자원을 주는 계열사 간 비효율 자원 이전이 빈번해진다. 이는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기업의 전체 자본비용(WACC)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국 대기업의 계열 분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지배구조 불투명으로 인한 주가 저평가)를 심화할 우려가 있다. 주가 하락 사례도 다수다. 주주환원이 약화하며 소액 주주 이탈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
계열 분리는 또 다른 측면에서 소액 주주의 장기 이익을 침해한다. 분할된 자회사가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로 재편입되며 지배구조의 복잡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신설법인 지분을 기존 계열사에 교차 출자해 총수 일가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소액 주주는 투자 판단의 어려움과 주가 변동성 확대를 겪는다. 자회사 상장 후 모회사와의 내부거래 불균형이 지속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만성화하며 소액 주주 수익률이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계열 분리 후 대주주 지분 강화를 통한 순환출자 재편입은 사주의 사익 추구(expropriation)를 가속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한다.
선진국에서는 대기업의 계열 분리가 지배구조 효율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빈번히 활용되며,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엄격한 규제가 뒷받침된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물적분할 시 주주 동의와 공정한 가치 평가를 의무화해 대주주의 사익 편취를 차단한다. 미국과 영국 등의 사례는 한국의 계열 분리 논란을 해소할 벤치마킹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비례 배분·배당 동등’ 등 선진국 사례 참고해야
미국에서는 계열 분리 시 기존 주주에게 신설법인 주식이 자동 배정되는 ‘비례 배분’(pro-rata distribution) 원칙이 적용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심사를 통해 사업 독립성과 공정가치 평가 등을 확인한다. 소액 주주에게 신주가 배정되지 않는 한국의 물적분할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GE는 지난 2023년 1월 GE헬스케어를 분사하며 GE 주식 3주당 1주를 비례 배정했다. 지난 2024년 4월에는 GE버노바를 분리하면서 4주당 1주를 배정했다. GE의 소액 주주가 기존 GE에어로스페이스 주식을 유지하며 두 신설법인의 주식까지 자연스럽게 보유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의 총 포트폴리오 가치는 시장 평균을 웃도는 약 15~20% 상승률을 기록했다. 
영국 재무보고위원회(FRC)는 지배구조 규범을 통해 계열 분리 시 독립적 가치 평가와 소액 주주 투표를 요구한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상장사는 분할 전 주주 75%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이익배당은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는 ‘배당 동등 원칙’이 적용된다. 
지난 2020년 유니레버의 소비재·차(음료) 사업부 분리에서 모회사와 신설법인의 공정가치 평가가 사전 승인받은 사례처럼 실효적으로 작동했다. 이러한 규범은 한국 물적분할의 주총 미비와 근본적으로 달라 소액 주주 보호의 모범으로 평가된다.
‘배당 동등 원칙’은 분할 전후 동일 기업의 보통주에 대해 동일 배당을 법적으로 강제한다. 모회사 배당률을 신설법인이 계승하도록 명시해 주주 포트폴리오 연속성도 유지할 수 있다.
FRC 지침상 분할 후 2년 동안 배당 정책 변동 시 별도 주총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난 2022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소비자헬스케어(Haleon)를 분사할 때 모회사 배당률 3.5%를 신설사에 동일 적용해 주주 불만을 최소화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시행해 지난 2020년 완성된 유럽연합(EU)의 주주권 지침(SRD II)은 계열 분리 시 총수 일가·임원 등 특수관계인의 사익 편취를 차단하는 핵심 장치다.
연간 매출 5% 이상의 관련 당사자 거래는 독립 이사회의 사전 심의와 소액 주주(5% 미만)의 정보공개권·반대 청구권을 부여한다. 
정보공개권은 관련 당사 거래에 질의응답권을 가진다. 관련 당사자 거래 규모가 연 매출 5% 이상일 경우 소액 주주는 반대 청구권을 통해 독립이사회 심의 전 서면 반대 의견을 제출하고 주총 표결권을 행사하며 주식매수청구권까지 발동할 수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DAX)와 프랑스 파리 증권거래소(CAC)에 상장된 기업은 분할 전 PwC와 KPMG 등 대형 회계법인의 공정 가치 평가(DCF·시장 비교법)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이는 대주주 중심 분할 결정의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합리적 지배구조의 첫 번째는 주주환원 정책 강화다. 국내 기업의 배당 성향은 20% 미만으로 40%대인 미국과 35% 수준인 유럽에 크게 뒤처진 상황이다.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문제를 해결하려면 배당 성향 30% 의무화와 자사주 소각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보율이 1000%가 넘는 삼성전자처럼 현금을 쌓아두지 말고 주주에게 돌려주는 구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물적분할 시 신주의 주주 배정 의무화다. 현재 소액 주주는 LG화학 분할처럼 새로운 회사 주식을 전혀 받지 못해 지분가치 희석의 피해를 본다.
미국의 비례 배분처럼 모든 주주에게 신주를 비례 배정하고, 사외이사 비율 50% 이상을 의무화해 감사특위가 분할 가치에 대해 사전 검증해야 한다. 
세 번째로 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집중투표제를 기본으로 전환하고 전자주총 참여율 50% 목표를 세워 소액 주주가 이사 선임에 실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부·기업 공조 필요
지배구조 개선에서 정부는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룰 메이커’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상법 개정을 통해 소액 주주가 이사 선임·해임, 주주제안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계열 분리나 기업분할을 추진할 때는 일정 규모 이상 거래에 대해 사전 공시와 설명 의무를 부과해 주주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찬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친족 분리’ 제도의 악용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분리 후 분할 기업과 모기업 간의 3년간 내부거래 내역 전체 제출을 의무화해야 한다. 부당 지원·사익 편취 적발 시 계열 분리 취소도 명문화해야 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브랜드·부동산 사용료 정상화 ▲거래의존도 50% 초과 시 제재 기준 등을 명확히 하고, 지주회사 비핵심 사업 정의를 구체화해야 한다. 
기업에는 자발적 주주환원 로드맵을 제시하는 일이 요구된다. ▲배당 성향 목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 ▲중장기 자본 정책 방향 등을 미리 공시해 예측할 수 있는 주주환원 계획을 제공해야 한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내 위원회가 ▲기업분할 ▲M&A ▲대규모 투자 등에 대해 독립적으로 심의하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역할 분담과 공조를 전제로 움직여야 한다.
정부는 상법·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을 정합적으로 손질해 ‘계열 분리–분할 상장–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의 주주 중심주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자율 규범으로 흡수해야 한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체계와 지배구조 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자투표와 전자주주총회를 정착시켜 국내외 소액주주의 참여도를 끌어올려야 한다. 전자투표와 전자주총을 통해 자본비용 절감, 장기 투자자 유치 등도 기대할 수 있다.
계열 분리 등 기업 분할은 총수 일가 승계 수단이 아니라 주주 전체의 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혁신의 도구로 전환돼야 한다. 한국 대기업은 계열 분리 등 기업 분할을 단순한 구조조정 도구를 넘어 주주 전체 가치를 극대화하는 지배구조 혁신으로 인식해야 한다.
▲물적분할의 주주가치 희석 문제 ▲순환출자 복잡성 ▲일감 몰아주기 등의 우려를 해소하려면 ▲배당 성향 30% 의무화 ▲신주 비례 배정 ▲사외이사 확충 ▲감사특위 등 선진국 규범을 체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공조해 계열 분리가 분할 상장과 친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차단하고, ▲전자주총 참여율 제고 ▲내부거래 3년 공시 ▲집중투표제 기본화 등을 정착시켜야 한다.
최근 증가세인 물적분할의 폐해를 고려할 때 계열 분리는 총수 일가의 승계 수단이 아닌 모든 주주가 함께 성장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이는 한국 자본시장의 국제 경쟁력 회복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