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S 450 4MATIC Long AMG Line 시승기
운전석에선 점잖게, 2열에선 느긋하게
운전자·동승자 편안하게 만드는 플래그십 세단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재밌는 차는 아니다. 직접 운전은 물론, 2열 우측 좌석에 앉아 동승자의 입장에서 이동하며 든 생각이다. 차량을 구매할 때 짜릿함과 운전의 재미에 중점을 둔다면 고민이 들법하다. 반대로 편안함과 안락함에 초점을 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정숙함을 넘어 고요하다. 주행 질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차의 진짜 매력은 운전자와 동승자를 차분하게 만드는 데 있다.
지난 20일 강원도 일대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 450 4MATIC Long AMG Line을 시승했다. 180km 구간을 달리며 운전석에선 기사님의 마음으로, 2열 우측 좌석에선 사장님의 마음으로 시승해보니 이 차는 각각의 자리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냈다. 보여주는 매력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하나였다.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데 진심이라는 점이다.
서두르지 않아 좋은 느낌
S클래스의 운전대를 잡고 있으면 점잖아진다. 운전이 종종 거칠다는 이야기를 듣는 기자도 이날 S클래스를 몰 때만큼은 달랐다.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보다 ‘동승자를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굳이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힘은 충분하지만, 굳이 그 힘을 모두 꺼내 쓰지 않는달까.
동승자는 “전기차 같다”고 말했다. 과장이 심한 표현처럼 들릴 수 있지만, 막상 실내에 앉아 있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엔진음과 진동이 잘 잡혔다. 속도를 올릴 때도 힘을 짜내는 느낌보다 매끈하게 밀어주는 감각이 앞선다. S 450 4MATIC Long AMG Line에는 2999cc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9초면 충분하다. 수치만 놓고 보면 결코 얌전한 차가 아니다. 힘을 드러내는 방식이 유난스럽지 않아 만족스럽다. 필요할 때는 즉시 속도를 붙이면서도 실내에는 소음이나 진동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빠르다는 인상보다 ‘조용히 강하다’는 인상이 더 짙다.
승차감도 빛을 발한다. S 450 4MATIC Long AMG Line에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이 적용된다. 모난 부분을 둥글게 다듬어 실내로 전달하는 느낌이다. 움푹 팬 곳이나 이음매를 지나도 충격이 짧고 부드럽게 끝난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 방지턱을 넘어도 차가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또 최대 4.5도까지 움직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덕분에 굽은 길에서도 차체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좁은 공간에서 방향을 틀 때도 마찬가지다. 스티어링 휠을 과격하게 돌리고 싶은 마음보다는 차가 그리는 궤적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싶게 만든다. 조금 더 오래 달리고 싶은 차다. 
운전자가 희생되는 차도 아니다. 최신 MB.드라이브 어시스트는 10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센서, 12개의 초음파 센서 등 총 27개의 센서를 활용한다. 각종 주행 보조 기능을 통해 긴 이동에서 운전자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덜어준다. 운전자의 입장에서 주행 중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7번 국도’ 노래가 떠오르는 2열
2열 우측 좌석에 앉으니 창밖으로 풍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편안한 시트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이때의 감정을 굳이 노래에 비유하자면 정미조의 ‘7번 국도’가 가장 잘 어울렸다. 동해안 라인을 타고 가는 7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목적지에 빨리 닿는 것보다 이 시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싶었다. 
터치 방식의 MBUX 뒷좌석 리모트 컨트롤은 편안함을 더해준다. 시트에 몸을 깊숙이 묻은 채 차량의 주요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2열에서는 이런 작은 차이가 크게 다가왔다.
공간도 넉넉하다. 3216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분에 다리 공간은 여유롭다. 앉는 자세부터 온도까지 탑승자가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다. 눈앞에는 두 개의 뒷좌석 터치 디스플레이도 자리한다.
실내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도 S클래스답다.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단순히 색을 입히는 조명에 그치지 않는다. 음악의 비트와 리듬에 따라 색상과 움직임을 달리한다. 낮에는 넓은 화면과 고급스러운 소재가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어두워질수록 조명이 실내 분위기를 주도한다. 차선을 이탈하려 할때도 엠비언트 라이트가 주의를 준다. 다재다능한 조명이다.
사실 이런 기능을 하나하나 사용해보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차는 매력적이다. 이 차에서 가장 호화로운 기능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일지 모른다. 운전할 때는 ‘편한 차’라고 생각했다면, 뒤에서는 ‘편한 공간’이라 표현하고 싶다.
S 450 4MATIC Long AMG Line의 공인 복합연비는 9.3km/L다. 도심에서는 8.1km/L, 고속도로에서는 11.4km/L를 기록한다. 3.0L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과 4륜구동 시스템을 얹은 대형 세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가격은 1억9540만원이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차가 주는 가치는 컸다. ‘7번 국도’ 가사처럼 내일의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좋았다. 어디로 향하는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는지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편안한 시트에 몸을 맡기고 길 위의 시간을 즐기면 그만이었다. 운전의 재미를 앞세운 차는 아니다. 하지만 180km의 여정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