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기업] ‘물류 시장의 팔란티어’ 아로아랩스의 물류 혁신● 세계 2위 환적항 보유 韓, 물류 관리는 여전히 아날로그
● 물류 AI 기업 아로아랩스, 450조 화물 포워딩 시장 겨냥
● 블라인드 비딩으로 최적 견적, AI 기반 ERP 서비스 제공
● “수출 중심 韓, 공급망·무역 데이터 자체 관리 중요”컨테이너 하나가 해외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거치는 중개사업자는 20여 곳에 달한다. 선박 예약부터 운송, 통관, 하역까지 수많은 업체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여전히 e메일과 전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무역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역대 최대인 3211만TEU를 기록했지만 물류 현장 곳곳에는 아직도 비효율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수출 5대 강국’을 목표로 내걸면서 물류경쟁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부산항이 세계 2위 환적항으로 올라선 데 이어 북극항로 개척까지 본격화하면서 더 많은 화물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물류 플랫폼 구축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건비 부담이 큰 선진국일수록 물류 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출 현장의 과제를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하려는 기업이 있으니 지능형 물류 플랫폼 기업 아로아랩스다. 아로아랩스는 공급망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화주에게 최적의 운송 견적을 제안하고, 선사들이 AI 기반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통해 선박 운영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물류 현장에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운송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최근 5년간 매출은 연평균 60% 성장했으며,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아로아랩스가 주목한 시장은 글로벌 화물 포워딩(화물운송 주선·대행 서비스) 분야다. 아로아랩스에 따르면 해당 시장규모는 약 450조 원에 달하지만 관련 업무를 자동화한 기업은 23%에 불과하다. 상당수 선사와 물류기업은 지금도 e메일과 팩스, 전화 등을 통해 운송 일정을 조율하고 견적을 주고받으며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김재헌 아로아랩스 대표는 국내 물류업의 가장 큰 문제로 ‘노동집약적 업무 구조’를 꼽았다. 김 대표는 “운송 과정마다 담당자가 e메일과 전화로 일정을 맞추고, 엑셀과 문서를 일일이 취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직도 일상”이라며 “물류 AI는 이 같은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동시에 흩어진 공급망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산업 전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물 한 건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오가는 연락만 100차례가 넘는다. 20여 곳의 중개사업자가 얽혀 있는 탓이다. 운송 일정 조율과 견적 확인 등의 업무를 담당자가 일일이 처리해야 하는데 흩어진 정보를 취합해 판단하는 구조인 만큼 의사결정의 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AI를 통한 업무 자동화가 필요한 이유다.
아로아랩스는 국제물류 통합 플랫폼 ‘얼라인드’를 통해 이 같은 물류 현장의 비효율을 줄이고 있다. 화주가 운송 조건을 입력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적합한 물류 파트너들을 선별하고, 블라인드 비딩(입찰)을 거쳐 최적의 운송 견적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e메일과 전화로 오가던 견적 비교와 업체 선정 과정을 하나의 디지털 플랫폼 안으로 통합한 것이다. 중개사업자들은 계약 조건 등의 사업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현재 얼라인드를 이용하는 국내외 물류 파트너는 5000여 곳에 달한다.
“수출 중심 韓, 공급망·무역 데이터 자체 관리 중요”
아로아랩스의 AI 플랫폼은 화주와 물류업체를 연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해운사 내부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AI 기반 ERP 시장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간 국내 기업이 선박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SAP나 오라클 같은 해외 기업의 ERP를 도입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도입을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해운사는 지금도 엑셀과 수기 문서에 의존해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방대한 서류를 일일이 처리해야 하는 탓에 관련 업무에 인력의 절반이 투입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아로아랩스는 AI 기반 ERP 솔루션 ‘네오헬리오스’를 통해 이러한 비효율을 줄이고 있다. 화물 관리와 선박 운영, 여객 서비스, 복합운송(MTO), 선내 운영, 그룹웨어, 재무·회계 등 해운사의 핵심 업무를 7개 모듈로 정리해 서비스하고 있다. 모든 데이터는 아로아랩스의 플랫폼 안에서 실시간으로 연동돼 별도의 서버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기업이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비용 부담도 낮췄다.
아로아랩스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청사진은 ‘국가 공급망 AI 플랫폼’ 구축이다. 한국 무역의 99.7%가 해상운송으로 이뤄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도 약 40%에 달하는 만큼 공급망 데이터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 아로아랩스를 ‘물류 시장의 팔란티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재헌 대표는 “외국 AI 플랫폼에 의존하면 국가 공급망 데이터가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있고,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서 이는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급망과 물류, 무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국가 리스크까지 관리하는 한국형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