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아! 혼돈의 부동산] 부동산 세제 엇박자, 안보 불안, 보안수사권 폐지…
● 부동산, 대통령 지지율 하락 주요인
●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 청년 문제 공감 못 한 결과
● 부동산 세제개편, 60대 이상에서도 불만 야기
● 가격 상승 추세 계속되면 연말쯤 지지율 폭락 예상
● 대통령 지지율 반등 막는 또 다른 요인, 주식시장
● 대통령 지지율, 단기간에 오르기는 매우 힘든 상황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민주자유당 대변인 시절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표현이 바로 ‘총체적 난국’이다. 박 전 의장이 처음 사용한 이후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은 정치권에서 곧잘 인용돼 왔는데, 지금 우리나라 상황만큼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각종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지지율 하락 추세가 쉽게 반전되기 힘들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폐버스 청년주택’ 제안, 청년 문제 공감 못 한 결과
지지율 하락의 가장 대표적 원인은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권 중 하나로 평가받는 문재인 정부 시절을 보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7년 집권 초기에는 가격 상승이 대통령 지지율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한국갤럽 조사 기준). 그런 추세가 1년 반 정도 이어지다가 2018년 9·13 대책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부동산 문제 하나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지율 하락을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는 할 수 있다.
과거 문재인 정권 사례에 비춰 보면, 지금의 부동산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말쯤에는 상당한 폭의 지지율 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 오히려 문재인 정권 당시보다 더 큰 폭의 지지율 변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는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보다 가격 상승 폭이 크고, 전세 물량은 점차 씨가 말라가고 있으며, 월세는 폭등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출마저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2030세대의 불만을 크게 증폭시킬 수 있다. 지금 정부 정책의 방향은 “모든 주택 보유자는 자기 집에서 거주하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런 흐름이 강화되면 전세나 월세로 공급되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 청년들의 주거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에 루마니아 사례 등을 면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루마니아의 경우 전체 국민 94% 정도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고, 상당수가 자가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젊은이들이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더라도 주거 문제 때문에 그 도시로 이주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루마니아의 상당수 젊은이들은 차라리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거주 문제가 청년 인재 유출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 부동산 중개업자들 역시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고, 이사 업체나 인테리어 업체 등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건설업계 역시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현 정권의 부동산정책 방향을 보면서 루마니아 상황을 떠올리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지금의 정책 방향이 모든 집 소유주가 자기 집에 직접 거주해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 의원들 역시 부동산 문제로 적지 않게 당황하는 것 같다. 여러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가 오히려 논란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폐·중고 선박 리모델링 주택 사례를 언급한 뒤 “폐기되는 버스를 주거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성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본다”고 말했다. ‘단기 거주’라고는 하지만,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도 이런 주거 형태는 아주 빈곤한 이들이 선택하는 주거 방식이다. 그런 점에서 상당수 젊은이들이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60대 이상 서울 주택 보유자 부담 증가
더구나 우리나라 여름은 매우 덥고 겨울은 매우 춥기 때문에 네덜란드 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단열이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는 버스를 개조해 단기간이라도 젊은이들의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주거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가 느끼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 젊은이들의 상황을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그들이 직면한 현실을 마음으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이 나온 것이다.
부동산 세제개편은 60대 이상 세대에게도 상당한 불만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얼핏 생각하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해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세 부담을 높이는 것이 무슨 문제일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앞으로 2년 동안 7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면 종부세 대상 주택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에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퇴직한 60대 이상의 불만도 커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종부세가 아니라 양도세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른바 ‘장특공’으로 불리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장기 ‘거주’ 중심의 특별공제로 바뀌고, 공제 한도마저 10억 원으로 묶일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를 수십 년간 보유한 60대 이상 가운데 10억 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거둔 경우는 서울에서 드물지 않다. 그런데 장특공 제도가 이런 방향으로 바뀌면 보유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 때문에 쉽게 팔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양도세를 깎아줄 테니 비수도권에 가서 살라는 식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말을 듣는 60대 이상은 아마 실소를 금하기 어려울 것이다. 60대 이상은 병원에 갈 일이 많다. 서울에 있는 대형 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KTX나 SRT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수많은 환자를 목도하는 현실에서, 과연 이런 정부 측 주장을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노년층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물론 정부와 대통령은 “이재명 정부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세제를 운영하지 않는다”며 ‘응능부담의 원칙’과 거래 정상화의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즉 능력에 맞게 세금을 부담시키겠다는 주장인데 이런 정부의 설명을 국민이 얼마나 납득할지도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 정부가 이번 부동산 세제개편이 ‘부동산 가격 잡기용’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 세제 개편을 단행했는데도 집값을 잡지 못할 경우 불어닥칠 역풍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한 대통령이 과거 대선후보 시절 “부동산 세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지 않겠다”고 주장한 사실을 들어 말 바꾸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과 분석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번 세제개편을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줄이려는 정책과 연결해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M2, 즉 광의통화가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고,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와 세제 등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조절해야 부동산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재명 정권은 전 국민 혹은 일부 국민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했는데, 이런 정책 역시 시중 유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진즉에 돈을 풀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선거와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민주당은 이번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수정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정부 정책 방향이 자주 변하면 정책에 대한 신뢰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정책안을 발표하기 전에 신중했어야 했다.
신뢰 없으면 정책 취지 살리기 어려워져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이른바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불이익을 받는 ‘결혼 페널티’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현 정권의 기존 정책 방향을 일정 부분 수정하겠다는 신호로 들릴 가능성이 있다.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조이기에 집중하던 금융당국이 대통령의 지시로 그동안 높여온 대출 문턱을 다시 낮춰야 하는 엇박자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면 현 정권 정책에 신뢰를 갖기 어렵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면 그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것도 매우 어려워진다.
부동산 이외에도 대통령 지지율의 반등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주식시장이다. 비트코인의 움직임과 비교될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인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좌절감을 안겼다.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라는 정부의 메시지를 믿고 주식시장에 들어갔다가 손실을 본 젊은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주가 변동은 4050세대에게도 상당한 손실을 안겼을 가능성이 크고, 노후 대비를 위해 주식투자에 나섰던 노년층의 피해 역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할 가능성마저 있다. 상황이 이러면 이들의 불만과 분노가 정권을 향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안보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1군단에서는 일부 GOP(General Outpost·전방초소) 근무자가 빈 탄창이 장착된 소총을 들고 경계 근무를 섰던 것으로 보도됐고, 같은 1군단의 GP(Guard Post·감시초소)와 GOP에 배치된 K6 중기관총 역시 삽탄하지 않은 채 경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건들도 현 정권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보와 국방은 보수층뿐만 아니라 중도층의 판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1군단장이 보직 해임되기는 했지만, 일반 국민이 현 정권의 안보 의식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 초래된 것은 분명하다.
보완수사권 박탈 문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민주당은 지금까지 단독으로 통과시킨 여러 법안과 마찬가지로 보완수사권 문제 역시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오히려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불안해진 일부 국민이 탐정들을 찾고 있어 탐정 산업이 호황을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그런 점에서 보완수사권 폐지는 국민 시야에서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은 “개정된 형소법을 안 읽어봐서 그러는데, 법안에 의하면 검사가 수사를 하면 안 된다고 돼 있느냐”고 언급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은 ‘대통령이 법안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대통령의 모습은 적어도 최종 정책결정권자에게 기대되는 책임 있는 모습과 거리가 있어 결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종합해 볼 때 대통령의 지지율은 물론 여권 전반의 지지율이 단기간에 오르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만일 제1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국민의 인정을 받는다면 그나마 국민이 정치적 ‘피난처’를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 또한 문제다. 국민이 정치적 피난처를 찾지 못하면 정치적 불신만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말 우울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