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김민석 시대, 이재명의 미래] 당권 경쟁 ‘끝’, 차기 대권 경쟁 ‘시작’● 여당 대표, 권한 크기만큼 책임도 큰 자리
● 내년 재보선, 2028 총선이 김민석 미래 좌우
● 서울시장이냐 대선이냐 꽃놀이패 쥔 정청래
● ‘개헌론’, 차기 대권 경쟁 조기 과열 늦추는 효과
● ‘비명횡사’ 공천 재현 분위기 땐 조국에 기회국회의원이든 당대표든 선출직에 도전하는 것은 최고 정치지도자로 발돋움하려면 반드시 거처야 할 일종의 통과의례와도 같다. 자질과 능력은 물론 도덕성까지 전방위로 검증받는다는 점에서다. 각종 공세를 뚫고 선출직에 당선하면 정치적 ‘무게’가 달라진다. 특히 당대표의 경우 당직 인선 등을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넓힐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당론’을 주도하며 국회의 입법권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각종 선거 공천을 주도함으로써 자신을 도와 차기를 도모할 아군과 우군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이른바 ‘차기’를 노리는 유력 정치인들이 앞다퉈 당권 도전에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17 더불어민주당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에 오른 김민석 대표의 임기는 2년. 이번 당선으로 임기 내 치러질 2028년 4월 총선 공천권을 주도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여권 차기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총선 승리까지 이끈다면 그의 차기 대선 가도는 말 그대로 탄탄대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이 존재 이유인 야당 대표와 달리 집권 여당 대표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이른바 당정청 협력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의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입법을 주도해야 하는 책임도 당대표에게 있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커지는 것이다.
김민석 3가지 과제,
‘여권 통합’ ‘대통령 지지율 상승’ ‘총선 승리’
이 때문에 여당 대표의 잔혹사는 역대 정부에서 늘 되풀이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 대표의 부침이 가장 심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5년 동안 대표가 아홉 번 바뀌었고, 이명박 정부 때 한나라당도 대표가 다섯 번 바뀐 후 박근혜 비대위 때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여당 대표가 이처럼 자주 교체되는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이 악화할 때마다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 대신 국정 공동 책임자 격인 여당 대표가 책임지고 물러남으로써 반전을 꾀해 왔기 때문이다. 김민석 당대표의 당선이 차기로 가는 ‘지름길’이자 동시에 ‘정치적 위기’로도 읽히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당장 김 대표에게는 전쟁처럼 치열하게 치른 전대 후유증을 극복해 당내 통합을 이뤄야 하는 당면 과제가 놓여 있다. 여기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데드크로스’ 상황에 놓인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무도 있다. 내년 4월 재보선과 2028년 총선 승리를 위한 외연 확대 등 지지기반 확충도 급선무다.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 승리 요인으로 꼽혔던 2030세대, 특히 2030 여성 지지층 회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권 통합’ ‘대통령 지지율 상승’ ‘총선 승리’라는 3가지 관문을 모두 통과해 차기 대선에 직행할 수 있을까.
8·17전대 직전 불거진 ‘개헌론’은 차기를 노리는 그에게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개헌론이 확산할 경우 4년 연임이든 중임이든 ‘개헌’을 완수해야 할 책임이 그에게 부여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야당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임기 단축 개헌’ ‘이 대통령 연임 도전’이란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그의 대권 도전 시기는 자연스레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친명계 좌장으로 당권을 쥔 그가 끝까지 정부와 원팀처럼 호흡을 맞춰갈지, 아니면 어느 시점에 독자 행보에 나설지 주목하는 이유다.
정청래 앞에 놓인 두 갈래 길, 서울시장과 차기 대권
김민석 대표가 이겼으나 이긴 것 같지 않은 상황이라면, 정청래 전 대표는 졌지만 진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경선 패배 직후 그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결과적으로 정청래가 숫자로 졌지만 정청래가 주장한 것까지 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민석 대표는 이겼지만 그의 주장은 진 것이 많다”며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 본질이라 했는데, 그건 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대 패배로 그의 대표 연임은 비록 좌절했지만, 정치인 정청래의 미래까지 꺾인 것은 아니란 시각이 많다. 그가 친명 측의 강력한 ‘반명 프레임’ 공세 속에서도 김민석 대표의 1차 과반 득표를 저지했을 만큼 당내에 광범위한 지지세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이 1위로 당선하고, 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까지 모두 당선했다는 점에서 세력균형을 이뤘다. 당대표가 지명할 2명의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전대에서 선출된 6명(당대표 1명+최고위원 5명)의 지도부가 3 : 3 동수를 이뤘다는 점에서 대표에서 낙선한 그의 입지가 크게 약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장외 대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 컨설턴트는 “김민석 대표에게는 대통령 지지율 제고와 대선 때 지지했다 등 돌린 2030세대 지지율 회복이란 당면 과제가 놓여 있는데, 두 과제 모두 당내 통합 없이는 요원하다”며 “결국 직전 당대표였던 정청래 전 대표의 협조 없이는 순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오세훈 시장이 관여된 명태균 재판이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돼 내년 4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다면 그때가 정청래 전 대표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화합과 통합의 상징으로 김 대표가 경쟁자였던 정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의 길을 열어줘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정 전 대표의 또 하나의 선택지는 차기 대권 직행이다. 8·17전대에 나서며 그는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대표 연임을 전제로 한 대권 도전 포기 선언이었던 만큼 그의 연임 실패는 오히려 그에게 ‘차기 대선 도전’이란 문을 열어준 셈이 됐다. SNS를 활용한 여론 정치에 능한 그가 당대표란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당원이나 국민과 소통하며 치고 빠지는 여론전에 활발히 나설 경우 그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하나의 선택지, 조국…“김민석과 자웅 겨루게 될 것”
민주당에 김민석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서 다시금 주목받는 이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다. 다음 총선 공천 주도권이 이른바 ‘뉴이재명’ 손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비명횡사 공천’ 재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물론 민주당 의원들이 당장 탈당하거나 분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차기 총선으로 가는 길목마다 당내 세력 다툼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절반을 훌쩍 넘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 총선에 금배지를 ‘지키려는 자’와 ‘밀어내려는 자’의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조 친노 출신의 한 인사는 “2028년 총선이 다가오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합당이냐, 선거 연대냐를 놓고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며 “그 과정에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범여권 차기 주자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을 이을 민주진보진영 차기 주자 자리를 놓고 김민석과 조국이 자웅을 겨룰 가능성이 높다”며 “DJ가 발탁하고 이재명이 다시 쓴 김민석이냐, 노무현-문재인을 이을 조국이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는 이제 막 끝났지만, ‘포스트 이재명’을 놓고 벌이는 범여권 차기 주자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