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면 온도 0.5도 높으면 '엘니뇨'
현재 2도→올 말 최대 4도 높을 듯영국 기상청이 태평양에서 발생하고 있는 엘리뇨 현상이 역사상 가장 강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21일 BBC에 따르면 영국 기상청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더해 엘니뇨의 영향까지 겹쳐 2027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영국 기상청 장기예보 책임자 아담 스케이프 교수는 "이것이 전례 없는 사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렬한 엘리뇨 신호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엘니뇨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패턴으로, 대략 2년에서 7년마다 1번씩 나타나며 약 1년 정도 지속되는데, 태평양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은 약해지거나 심지어 반대로 바뀌어 따뜻한 물이 동쪽으로 퍼지게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바다에서 대기로 열이 방출되면서 전 세계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 패턴이 변화한다.
엘니뇨로 인해 영국은 이미 비가 많이 오고 폭풍우가 잦은 가을을 맞을 위험이 커졌다. 장기 예보에서는 매우 불안정한 기상 상태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기상 패턴이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 인도에서는 몬순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대서양에서는 허리케인 활동이 억제되고 있다.
남미에서도 문제가 커지고 있다. 파나마운하청은 20일 엘니뇨에 따른 수위 저하에 대응하고자 다음 달부터 일일 선박 통과 수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운하청은 현재 하루 36척인 일일 통과 선박 수를 내달 3일 34척으로 제한하고, 같은 달 15일부터 32척으로 추가로 축소하기로 했다. 온두라스는 국토 대부분인 전국 298개 지자체 중 약 80%에 달하는 234곳에 가뭄 경보를 발령했다. 남미 페루도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피해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엘니뇨 현상을 악화시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엘니뇨의 영향은 더 극심해진다.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주요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0.5도 이상 높으면 엘니뇨라고 선언하는데, 현재 측정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2도 이상 높았다.
영국 기상청은 엘니뇨가 정점에 가까워지는 올해 말에는 해수면 온도가 3도 이상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1950년 이후 전례 없는 일로 19세기 이후 가장 강력한 사건으로 보도됐다. 다른 몇몇 기후 단체들은 기상청 예보보다 더 강한, 평균보다 4도 높은 해수면 온도 상승을 예측하기도 했다.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장기적인 지구온난화 추세는 계속되고 있으며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비영리 연구단체 버클리어스는 6월 시작된 이번 엘니뇨가 매우 강하게 발달하면서 올해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지난달 12%에서 이달 69%로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이어지며 프랑스와 스페인은 폭염으로 인한 대형 산불 피해가 커졌고, 미국 일부 지역은 열돔 현상으로 기록적인 더위를 겪었다. 미국 본토의 월평균 최고기온은 더스트볼이 절정이던 약 90년 전 세워진 기록을 경신했다. 더스트볼은 1930년대 미국 대평원 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과 폭염, 대규모 먼지폭풍 사태를 말한다.
한국 역시 직접적인 영향권은 아니지만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경로 변화 등 이상기후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기상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 경상남도 양산은 이달 초 기온이 42.5도까지 올라가며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버클리어스는 올해 기록 경신 여부와 관계없이 2027년에는 새로운 역대 최고기온 기록이 세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엘니뇨의 영향이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세계 평균기온에 반영되는 만큼 올해 하반기 강해질 엘니뇨의 영향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학자 지크 하우스파더 버클리어스는 블룸버그통신을 통해 "엘니뇨는 기후를 강타하는 거대한 망치와 같다"며 "여러 기상 현상을 크게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