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패트릭 쇠더룬드(Patrick Söderlund)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넥슨에 회장직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대표 중심 체제 위에 전략 총괄 축을 신설한 형태다. 단순 승진이라기보다 전략 설계와 실행을 분리하는 거버넌스 재정비로 해석된다.
22일 넥슨에 따르면 쇠더룬드는 회장 선임 이후에도 엠바크 CEO직을 유지한다. 장기 전략과 크리에이티브 방향 그리고 글로벌 개발 체계 전반을 총괄한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전사 경영과 사업 운영 그리고 전략 실행을 책임진다. 전략은 회장이 설계하고 대표가 집행하는 이원 구조다.
수치로 확인된 전략
쇠더룬드는 2018년 넥슨 이사회에 합류했다. '아크 레이더스'를 개발한 엠바크 스튜디오의 창업자이자 CEO다. 그는 엠바크 설립 이전 일렉트로닉 아츠에서 월드와이드 스튜디오(Worldwide Studios)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에 앞서 DICE의 CEO로 재직하며 '배틀필드' 시리즈를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대형 스튜디오 운영과 AAA 게임 개발을 동시에 경험한 베테랑이다. AAA는 대규모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게임을 일컫는다.
그가 이끈 아크 레이더스는 2025년 10월 30일 출시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000만장을 돌파했다. 출시 약 15주 차 기준 누적 판매량은 1400만장이다. 올해 1월 최고 동시 접속자 96만명, 주간 활성 이용자는 600만명이다. 유료 패키지 기반 신작임에도 전 플랫폼에서 견조한 지표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더 게임 어워드에서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상을 수상했다. 판매 성과뿐 아니라 완성도와 작품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아크 레이더스 4분기 현금 기준 매출의 약 60퍼센트는 스팀에서 발생했다. PC 기반 초기 모멘텀이 작동한 가운데 서구권 이용자 중심으로 콘솔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 멀티플랫폼 확장 모델이 실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핵심은 매출 인식 구조다. 4분기 강력한 판매가 발생했지만 277억 엔의 매출은 2026년으로 이연됐다. 이연된 금액의 절반 이상은 2026년 1분기에 인식된다. 나머지는 2분기에 반영된다. 이는 흥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분기 실적으로 분산 인식되는 구조임을 의미한다.
기대 이상의 성과에 따라 개발팀과 이익을 공유하는 성과급도 4분기 인건비에 반영됐다. 초기 투자 회수가 확인됐고 수익 배분 체계도 작동했다는 신호다. 판매 지표와 플랫폼 구조 그리고 매출 인식 방식이 맞물리며 글로벌 AAA와 라이브 서비스 결합 모델이 재무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엠바크를 '핵심 기둥'으로 세운 이유
전략이 증명됐다면 다음은 지속 가능성이다. 최근 엠바크 스튜디오는 연간 콘텐츠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6년에는 매월 신규 콘텐츠를 추가하고 대규모 라이브 이벤트를 이어갈 계획이다. 단발성 판매에 기대지 않고 이용자 체류를 끌어올리는 장기 운영 모델이다. 넥슨은 이 AAA 신작에 자사의 라이브 서비스 역량을 접목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확장 전략도 병행된다. 넥슨은 텐센트와 협력해 중국 시장 맞춤형 버전을 개발 중이다. 서구권 중심 흥행을 아시아로 확장해 IP의 매출 기반을 넓히려는 구상이다.
엠바크 스튜디오는 스웨덴에 위치한 넥슨의 자회사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개발진으로 경쟁 AAA 타이틀보다 적은 예산을 투입해 글로벌 흥행을 달성했다. 넥슨 경영진은 엠바크를 향후 글로벌 포트폴리오의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핵심 기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AAA 멀티플랫폼을 차기 성장 축으로 명확히 설정한 것이다.
아크 레이더스는 그 전략의 시험대였다. 판매와 이용자 유지력 그리고 매출 인식 구조가 확인되면서 전략은 검증 단계를 통과했다. 회장직 신설은 그 전략을 조직 체계로 공식화한 조치다.
넥슨은 국내 라이브 중심 구조를 넘어 글로벌 AAA 멀티플랫폼 체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 쇠더룬드 체제는 그 전환을 선언한 조직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두 경영진은 3월 31일 CMB(Capital Market Briefing)에서 전략적 우선순위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CMB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중장기 전략과 자본 운용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