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전방산업의 장기 침체와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라는 이중고 속에 험난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와 미국의 관세 장벽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3년 연속 매출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당분간 의미 있는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2일 NICE신용평가(이하 나신평)가 최근 발표한 주요 철강회사 2025년 잠정실적 발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주요 철강사의 합산 매출액은 약 6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1% 감소했다.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 탓에 생산과 판매량이 줄고 판가마저 하락하면서 2023년 이후 3년 연속 매출 규모가 줄었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전방산업 중 철강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설업의 장기 침체다. 지방 중심의 부동산 수요 위축에 따라 건축 인허가 면적도 지속해서 축소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소비 심리 위축과 전기차 캐즘(Chasm), 해외 생산 확대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조선업의 경우 수주 확대라는 호재가 있지만 보세구역을 통한 수입재 활용이 늘면서 국내 제조 후판 수요로 온전히 직결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수급 여건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해 국내외 철강 시장의 수급 악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2025년 4분기 기준 중국의 조강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했으나 수출량은 장기간 확대되고 있다. 수출 단가마저 계속 하락하고 있어 내수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를 저가 밀어내기 수출로 털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고스란히 국내 유통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 장벽 또한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2025년 기준 한국 철강재의 미국 제외 지역 수출량은 전년 대비 0.5% 늘었으나 같은 기간 대미 수출 물량은 관세 여파로 8.1% 감소했다.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지만 미국향 수출 비중이 높은 강관 취급 철강사들은 뼈아픈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해 주요 철강사들의 합산 영업수익성(EBIT/매출액)은 3.4%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됐다. 그러나 이는 국내 철강업계 내 실적 비중이 절대적인 포스코의 수익성 개선에 따른 착시 효과로 보인다. 포스코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의 이익창출력은 철강산업 피크아웃이 본격화된 2022~2023년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신평은 "내수 부진, 중국의 과잉 수출, 미국의 통상환경 불확실성 확대 등 국내 철강산업의 산업 환경은 부정적인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며 "취급 강종, 롤마진 확보 여력, 생산원가 절감 수준 등에 따라 철강사별 이익창출력의 방향성에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