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흑색종' 치료를 위한 경구용 표적 항암신약 '벨바라페닙'의 국내 임상 2상에서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흑색종은 피부암 중 전이 속도가 가장 빠르고 치명률도 높은 난치성 암이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만큼 대부분의 치료제가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공급되는 실정이다. 한미약품이 국내 희귀 난치암 시장에서 첫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흑색종 신약, 2029년 조기 출시 '청신호'
22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학병원에서 NRAS 돌연변이를 보유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Belvarafenib)'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첫 번째 환자를 등록하고 첫 투약을 완료했다.
이는 한미약품이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벨바라페닙의 국내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은 이후 환자 투약까지 불과 한 달 만이다. 벨바라페닙은 식약처에서 사회적 시급성 및 제품화 가능성이 높은 혁신신약 후보물질 등의 빠른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한 혁신제품 제품화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이에 따라 임상 2상이 마무리된 이후 임상 3상에서 조건부 허가 승인을 받을 경우 2029년까지 조기 시장 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 한미약품 측의 설명이다. 벨바라페닙 치료제가 빠른 상업화를 이루고 임상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희귀·난치암 공략…수입의존도 낮출까
벨바라페닙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RAF·RAS억제제 계열 경구용 표적 항암신약 후보물질이다. RAF와 RAS는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활성화단백질 키나아제다. 앞서 진행된 임상1상에서는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초기 유효성을 확인했다. 특히 NRAS 및 BRAF 변이를 가진 환자군에서 유의미한 항종양 효과를 나타내면서 후속 임상의 근거 자료를 확보한 바 있다. 특히 폭넓은 유전자 변이 환자군에서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치료 전략으로 평가된다.
다만 해당 물질의 글로벌 개발 권리는 미국 제약사인 제넨텍에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총 1조3000억원에 벨바라페닙을 제넨텍에 기술이전(LO)했다. 그러나 제넨텍은 2021년 글로벌 임상을 시작했음에도 2024년 이를 잠정 중단했다. 구체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은 벨바라페닙의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을 이어간다는 목표다.
특히 벨바라페닙 개발에 성공하며 수입의존도가 높은 항암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개발을 비롯해 향후 제넨텍이 벨바라페닙에 대한 글로벌 임상을 재개할 경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속 허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는 "적절한 치료 수단이 없어 고통받는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혁신적 신약 개발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고 있다"며 "벨바라페닙이 흑색종을 비롯한 다양한 희귀·난치암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돼 온 치료 공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핵심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