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Governance)를 분석합니다.
김형준 삼성에피스홀딩스 부사장이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역할이 바뀌진 않지만 비등기임원이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사회로 진입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바이오시밀러 기반 현금창출 구조를 관리해온 인물이 의결권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분할 이후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의 변모를 준비 중인 가운데 그의 사내이사 선임이 자금배분 구조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재무 판단, 집행 조직에서 이사회 단계로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20일 열리는 송도 컨벤시아 113호 회의실에서 열리는 삼성에피스홀딩스 제1기 정기주주총회에는 김 CFO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이 제3호 의안으로 올라왔다. 비등기임원이었던 그는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신규선임 후보자로 등장할 예정이다. 관련 공시에는 김 CFO의 추천인이 이사회인 것으로 명시됐다.
시장에서는 집행 조직에서 다뤄지던 재무 판단이 이사회 단계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내이사 선임은 이사회 구성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이사회는 투자와 자회사 관리, 내부거래 승인, 배당 정책 등을 의결하는 기구다. 재무를 총괄해온 김 CFO가 합류할 경우 자금 집행과 투자 승인 과정에 직접 참여할 전망이다.
김 CFO의 사내이사 합류는 이사회 내 집행라인의 비중이 확대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 총원은 5명에서 6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이사회에서는 김경아 대표와 홍성원 개발1본부장이 사내이사를, 김의형 한국지속가능성인증협회 회장, 이진만 법무법인 송우 대표변호사, 최희정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등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회사 정관은 이사회 정원을 3인 이상 10인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된 시점과 맞물려 김 CFO의 추가 지분 매입이 이뤄진 점도 시장의 이목을 끈다. 그는 2월5일 삼성에피스홀딩스 보통주 200주를 장내매수했다. 취득단가는 주당 59만1000원이며 보유주식수는 275주로 늘었다. 기존 75주는 인적분할에 따라 배정받은 물량이다. 그가 최초로 75주를 확보한 시점은 2025년 11월24일이다.
다만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번 사내이사 선임으로 인한 김 CFO의 역할 변경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 예정인 김형준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현재 지원팀장으로서 홀딩스 체제에서 수행할 다양한 활동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보유한 사외이사진과 함께 이사회 중심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이끌며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약개발 체질전환 中 자금배분 변화 주목
김 CFO의 사내이사 선임 여부가 주목받는 것은 삼성에피스홀딩스가 분할 이후 신약개발 전문기업으로의 체질전환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기반 현금창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를 병행하는 전략을 제시해왔다. 2025년 4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도 신약개발 역량 강화와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계획이 언급됐다.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통해 차세대 모달리티·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신약개발사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자금배분 구조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선발 바이오시밀러들이 시장을 먼저 형성한 데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형태인 만큼 비교적 예측 가능한 매출 구조를 띤다. 반면 신약개발은 선투자와 불확실성을 동반한다. R&D비 집행 규모, 자회사 투자, 외부 기술도입 여부 등이 이사회 의사결정의 핵심변수로 떠오른다.
시장은 김 CFO의 사내이사 합류가 신약개발 투자 집행 방식의 체계화를 촉진할지 주목한다. 신약개발은 R&D 단계별로 자금소요 구조가 달라지기 때문에 단계별 자본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이사회 내 CFO의 참여는 R&D비 집행 속도와 우선순위 설정에 보다 정량적 판단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발(發)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신약개발을 병행하는 구조에서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1966년생인 김 CFO는 2015~201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VD사업부 멕시코법인을 거쳐 2020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재경팀장으로 합류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는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현재는 삼성에피스홀딩스와 에피스넥스랩의 지원팀장을 담당 중이다. 에피스넥스랩은 홀딩스 체제에서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연구하는 자회사다.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2026) 기간 중 김경아 대표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잘 이어받아서 앞으로 신약까지 사업을 확장하고자 한다"며 "2030년까지 20개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시밀러 성과에 이어서 신약개발을 더 추진하겠다"며 "매년 적어도 한 종 이상의 신약 임상후보를 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