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담은 개편안을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다루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산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방안을 다시 마련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향후 추가 논의에는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약가인하 개편안, 건정심 소위 상정 불발
22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열린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제네릭 약가 인하 방안을 담은 개편안을 심의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았다. 이에 오는 25일 열리는 건정심 본회의에서도 관련 안건은 다뤄지지 않는다.
건정심 소위원회는 본회의에 올릴 정책 안건을 사전에 검토하는 절차인 만큼 이번 상정 불발은 사실상 이번 회기 내 논의가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복지부는 추가 협의를 거쳐 개편안을 다시 마련한 뒤 재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수준인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 약가를 4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국내 제네릭 약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2.17배 높다는 판단과 함께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 건강보험 요양급여비 중 약제비는 26조원 규모이며 이 가운데 국산 제네릭 전문의약품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이에 복지부는 제네릭에서 발생하는 재정 지출을 관리하고 연구개발(R&D)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한 숨 돌린 제약업계 "시간은 벌었다"
제약업계는 일단 시간을 번 분위기다. 이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 인하 방안이 최종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안건 상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즉각적인 정책 추진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수익 감소 우려는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는 약가 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지고 연구개발(R&D) 투자 축소와 의약품 공급 위축 가능성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특히 중소 제약사나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앞서 이번 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산업계 피해 규모가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협회를 비롯해 5개 단체가 참여한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안 전면 재검토와 시행 유보를 요구해왔다. 최근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등 노동계까지 반대 입장에 동참하면서 산업계 대응 움직임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건정심에서 개편안 논의가 이뤄지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 시간은 생겼다"면서 "복지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을 위해 추가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협회도 그에 맞춰 산업계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대위 출범 이후 제출한 이사회 결의와 정책 의견의 기본 입장은 현재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산업계 의견을 추가로 제시하고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