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신탁의 우발부채 포트폴리오가 고위험군 축소와 정비사업의 순항에 힘입어 전반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비교한 결과 물류센터 등 책임준공 보증 잔액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동시에 흑석·신길 등 주요 도시정비사업 연대보증 역시 사업 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여기에 리츠(REITs) 자산 확대를 통한 수익원 다변화가 더해지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물류·지식산업센터 완공…책임준공 1450억 감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진행 중인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은 총 11건이다. 관련 보증 한도는 5008억원으로 집계됐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기한 내 건축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자체 자금을 투입해 준공을 마쳐야 하는 약정이다. 부동산 경기 하강 국면에서는 신탁사의 주요한 재무적 위험 요인으로 분류된다.
한국토지신탁의 책임준공 보증 한도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5건, 약 6500억원 규모였던 보증 한도는 반년 만에 약 1500억원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중 신규 책임준공 수주는 진행되지 않았다. 기존 사업장들이 준공 승인을 받으며 장부상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감소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총사업비 약 1200억원 규모의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신축공사가 상반기 중 완공됐다. 해당 현장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시공 일정이 지연됐으나 공정 관리를 통해 기한 내 관할관청의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장부에 계상됐던 약 850억원 규모의 보증한도가 해소됐다. 총사업비 약 900억원 규모의 '평택 지식산업센터'(보증한도 약 600억원) 역시 상반기 준공 인가를 획득했다.
물류센터와 지식산업센터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큰 상품군으로 평가받는다. 한국토지신탁은 이들 현장에 대지급금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장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두 대형 현장의 준공으로 도합 1450억원 규모의 보증액이 장부에서 지워졌다. 대규모 현금 유출 없이 주요 우발부채 규모를 통제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 측은 당분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신규 수주를 보수적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잔여 책임준공 사업장에 대해서도 철저한 공정률 관리를 통해 잠재적 리스크를 줄여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기조는 하반기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흑석·신길 재건축 본궤도…도시정비 보증 선순환
한국토지신탁의 정비사업 관련 우발채무는 2024년 말 1조6275억원 규모에서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제공한 이주비 및 사업비 대출 보증은 총 12건이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를 거치며 해당 연대보증 익스포저는 순차적으로 축소됐다. 주요 사업장들이 이주 및 철거 단계를 지나 본공사 궤도에 진입한 데 따른 것이다.
2024년 기준 연내 착공이 가시화됐던 동작구 흑석11구역과 영등포구 신길10구역이 보증 감소의 대표적 사례다. 1509세대 규모의 흑석11구역과 812세대 규모의 신길10구역은 이주를 마무리하고 착공 및 분양 단계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초기 사업 단계에서 설정된 대규모 HUG 대출 보증이 상환되며 장부상 우발부채가 줄어들었다. 정비사업 보증의 감소는 사업 진행에 따른 정상적인 해소 과정으로 평가된다.
보증 규모의 축소는 수수료 수익 인식의 본격화와 연동된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일반분양 및 착공에 돌입하는 시점부터 수익이 발생한다. 이후 공사진행률과 분양률에 비례하여 신탁보수가 회계상 영업수익으로 계상된다. 흑석11구역과 신길10구역의 공사 본격화는 하반기 회사의 주요 현금흐름 창출원이 될 전망이다.

현재 대기 중인 대형 파이프라인 역시 실적에 기여할 예정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신림1구역(4185세대), 북가좌 제6구역(1984세대), 인천 학익1구역(1581세대)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후속 착공을 대기 중이다. 이들 사업장이 향후 본격적인 이주 및 철거 단계에 돌입하면 관련 보증이 장부에 새롭게 반영된다. 이는 중장기적인 수익 기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추가적인 수주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국토지신탁은 2024년 당시 목동 10단지 재건축, 용산 삼각맨션 재개발, 분당 양지마을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서울 주요 권역 및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정비사업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넓혀가고 있다. 공공기관의 자금 관리가 수반되는 정비사업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다지고 있는 모습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리츠 AUM 4조 육박
우발부채 관리와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 축인 리츠 부문 성장세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운용하는 리츠 관리자산(AUM)은 약 4조원에 달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 직후 시장에 진입한 1세대 자산관리회사(AMC)로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리츠 자산 규모의 팽창은 토지신탁 부문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데 기여한다.
자산 구성 측면에서는 수도권 업무지구 내 오피스 빌딩의 비중이 높다. 전체 리츠 운용자산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 오피스 자산으로 채워져 있다. 강남과 판교 등 핵심 업무권역에 위치한 자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임대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경기 변동성이 높은 주택 개발 사업의 대안으로 오피스 중심의 상업용 부동산 리츠를 활용하고 있다.
오피스 자산 외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및 정책형 리츠 등으로도 투자 영역을 확장 중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케이원 제25호(인천검단 공동주택), 케이원 제26호(종로 보령빌딩), 케이원 제27호(파주운정 공동주택) 리츠 등을 연이어 인가받았다.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서 임대주택 리츠 사업을 추진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주거용과 상업용을 아우르는 자산 편성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은 'PF선진화 마중물 개발앵커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로 선정된 바 있다. 이는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에 선투자하여 정상화를 돕는 정책 사업이다. 공공 정책 사업 참여를 통해 회사에 대한 대외 신인도 및 관리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부동산 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리츠 부문의 성장은 회사의 재무 안정성에 긍정적이다. 토지신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대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