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사업부문 인적분할 및 카카오인베스트먼트 흡수합병에 따른 지배구조 재편과 그 파급효과를 분석합니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를 인적분할한다. 카카오톡과 AI 사업을 신설 회사인 '카카오 에이아이(AI)'로 떼어내 핵심 플랫폼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카카오 엑스(X)'를 통해 금융·콘텐츠·모빌리티 등 주요 자회사들을 통합 관리하며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X 재편에서는 투자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영업 조직을 물적분할로 떼어낸 뒤 손자회사인 '아이브이쥐(IVG)'를 합병하고 이를 다시 카카오X가 최종 흡수한다.
투자 컨트롤타워로서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포스트 카카오톡·카카오뱅크' 찾기에 나서겠다는 경영진의 의지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단순화로 기업가치 제고
카카오는 21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AI와 카카오X로 회사를 인적분할하고 카카오X에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 전문 자회사로,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번 재편이 완료되면 카카오X에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등 테크핀 계열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 등 콘텐츠 계열사를 비롯해 모빌리티 분야에선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분야에선 카카오인베스트먼트·카카오벤처스 등의 계열사가 남게 된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곧바로 카카오X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실무 투자 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 독립시킨 뒤 남은 존속법인은 '카카오엑스인베스트먼트'로 상호를 변경하고 손자회사인 IVG를 흡수합병한다. 이후 카카오엑스인베스트먼트가 최종적으로 카카오X에 흡수통합되는 수순이다.
IVG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난해 새로 설립한 투자·구조조정 자회사로,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하던 카카오VX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의 성장 과정에서 투자 기능을 맡아온 핵심 계열사다. 과거 카카오의 투자 관련 사업을 담당하던 케이벤처그룹이 인적분할되면서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출범했고 이후 카카오 공동체의 다양한 기업과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카카오가 이러한 투자 전문 자회를 다시 흡수하는 것은 그룹 내 흩어져 있던 투자 자산과 계열사 지분을 통합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통해 핵심 계열사를 육성하며 전략적 M&A를 진두지휘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과거에는 투자 전문회사가 투자 대상 발굴과 집행을 담당하고 카카오가 주요 사업과 계열사를 관리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카카오가 직접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이다. 실제 카카오는 이번 합병의 목적을 '지배구조 단순화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고 밝혔다.
카카오X의 신임 대표로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최근 5년간 카카오의 이사회 의사결정 중 85%(23건)가 본체 기업가치 극대화와 무관한 자회사 지원 관련 안건이었다"며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본을 지원하는 데 대부분의 경영자원과 집중력이 소모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 본체의 자원이 '중요한 일'이 아닌 '급한 불을 끄는 일'에 쓰였던 비효율적 구조를 이번 개편으로 완전히 끊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병은 카카오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를 흡수하는 무증자 합병으로 신주가 발행되지 않아 주주들의 지분 희석 우려가 없으며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 역시 발생하지 않는다.
6.4조 실탄으로 '포스트 카톡' 찾는다
카카오X의 대표에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의 역할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그룹 내 대표 전략통인 김 내정자가 전면에 나선 만큼 사업 운영보다는 자본 배분과 투자 전략에 무게를 싣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X가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확보한 자체 현금 2조3000억원과 더불어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들이 보유한 4조 1000억원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2030년까지 주요 사업 매출의 연평균 성장률 13.3% 수준을 달성하고 매출 10조원 이상 규모의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X는 미래 가치를 키우는 투자 전문 회사"라며 "카카오가 그동안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고 각 사업에서 제로투원을 해냈던 경험을 사업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뱅크, 카카오웹툰처럼 시장에 없던 비즈니스를 키워 선도기업으로 안착시키고 사용자 가치를 창출했던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X의 핵심 성장축은 테크핀·콘텐츠·모빌리티다. 테크핀 부문에서는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을 중심으로 금융 생태계를 확대하고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사업을 추진한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이 함께해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사업에서 압도적인 1위 사업자가 될 수 있는 성장 어젠다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부문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카카오픽코마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과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확대한다. 서울아레나와 글로벌 팬덤을 연결하고 스토리 지식재산권(IP)의 AI 영상화도 추진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보택시와 물류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다. 현재 강남에서 운영 중인 유료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확대하고 로보택시 운영자 모델, 자율주행 트럭 기반 스마트 물류 사업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김 내정자는 "로보택시, 물류 부문도 이미 투자를 시작했다"며 "로봇 물류가 추가적인 성장 기회"라고 말했다.
신규 핵심사업과 해외 혁신기업 투자에도 나선다. 특히 두나무를 비롯해 당근, 한국신용데이터 등 유망 스타트업 초기 투자를 통해 큰 성과를 거둔 성공 방정식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김 내정자는 "그간 경영권을 갖지 않더라도 사업 지원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 사용자 가치와 주주 가치를 올린 것을 증명해 왔다"며 "지금까지의 투자가 국내와 아시아 시장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의 혁신 기업 투자가 본격화해 이를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함께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선 카카오X를 향후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업급도 나왔다. 김 내정자는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없다"며 "주제별로 논의할 수는 있으나 기존 CA협의체와 같은 공동 조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할 전 카카오는 카카오톡 비즈를 기반으로 커머스·광고 사업을 하는 사업회사와 자회사를 관리하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기 때문에 CA협의체가 있었던 것"이라며 "인적분할이 이뤄지면 양사의 사업 목적이 다른 만큼 독립적인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모바일 시대 카카오는 가보지 않은 길에 가장 먼저 뛰어들어 혁신을 만들고 사용자의 일상을 바꿔 왔다"며 "AI 시대는 차원이 다른 민첩함을 요구하는 만큼 두 개의 엔진으로 성장 구조를 재설계해 그 성과가 주주와 이용자, 크루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