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제조사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가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냈다. K-뷰티 호황을 등에 업고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외형 성장에 자금 지출이 집중되면서 정작 회사가 쥔 현금은 오히려 줄었다. 이에 따라 배당을 비롯한 주주환원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다 명확한 주주환원 계획조차 아직 나오지 않은 모습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8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1103억 원으로 50.2% 늘었다. 상반기 누적으로도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4.84% 증가한 1조5893억원, 영업이익은 41.83% 늘어난 1892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경신에도 줄어든 현금 곳간…재투자·채무상환 우선
실적 상승세 속에서도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등 유동성은 오히려 줄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콜마의 현금 및 단기금융상품은 반기 만에 3137억원에서 2361억원으로 약 25%감소했다. 순이익이 배로 늘었는데도 회사가 보유한 현금은 줄어든 셈이다.
원인은 외형 성장과 채무상환에 자금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매출이 급증하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반기에만 각각 1236억원 763억원 불어났고 그만큼 현금이 매출채권과 재고에 묶이면서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은 1666억원에서 1357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여기에 콜마스크 지분 인수와 에치엔지 사업양수 등에 442억원, 미국 자회사 유상증자에 229억원 등 사업 확장에 현금을 투입했으며 단기차입금 상환에도 795억원을 지출했다. 유형자산 취득 규모를 올 상반기 360억원 수준으로 63%가량 줄이며 지출을 통제했지만 현금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세계적인 뷰티 산업 호황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재투자와 채무 감축이 우선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환원은 후순위로…경직된 배당 정책과 밸류업 계획 부재
그 사이 주주환원은 뒤로 밀려났다. 한국콜마의 배당성향은 2024년 18.8%에서 지난해 16.3%로 떨어졌고 올해는 이보다 더 하락한 11.5% 수준으로 예상돼 3년 연속 하락 추세다. 올해 국내 주요 코스피 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대규모 자사주 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것과 대조적이다. 또한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경우 주주환원율 50%, PBR 1배 등의 중장기 밸류업 목표를 공시했지만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계열사 한국콜마에는 아직 이런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주주환원을 탄력적으로 늘리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배당금 지급액을 전년도 지급액의 상하 20% 이내에서만 변동하도록 묶어둔 경직적인 배당 캡 구조에 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이익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배당금 증가 폭이 제한돼 배당성향이 낮아질 수 있다. 해당 배당정책은 법적 의무가 아닌 이사회 결의로 정한 내부 방침이어서 향후 이사회 결정에 따라 변경할 수 있다. 실적과 현금창출력이 개선된 만큼 주주환원을 확대할지는 경영진의 판단과 의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기준 한국콜마 주가는 13만7000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K-뷰티 수요 확대에 따른 업황 개선과 실적 성장세가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ODM 사업은 고객사의 발주와 재고 조정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는 데다 한국콜마는 전체 매출에서 국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돌아 국내 화장품 업황 변화에도 상대적으로 민감하다. 실적 성장세가 둔화할 경우 주가를 뒷받침할 주주환원 계획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콜마 관계자는 "실적 증가로 순이익이 배당금보다 더 빠르게 늘면서 배당성향이 낮아졌지만 최근 5년간 전년 대비 20%씩 현금배당을 증액하는 등 실적과 연동해 배당을 증액한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밸류업 계획에 대해서는 "주주가치 제고는 경영진의 최우선 과제로, 신중히 검토하고 있으며 지주사의 주주환원 정책과 시장의 기대치를 고려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