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동조합이 10년 만에 전면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기아·부품사·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공동 전선을 폈다. 개별 사업장의 임금·단체협약을 넘어 부품 납품단가와 원청의 사용자 책임, 정년 연장까지 자동차 공급망의 구조적 문제를 한데 묶은 첫 업종 공동파업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자동차 업종 공동 파업대회'를 열었다. 현대차와 기아, 자동차 부품사, 현대차그룹 계열사, 원청교섭 요구 사업장 소속 조합원들은 정년 65세 연장과 부품사 원가절감 요구 중단, 하청 노동자와 원청 간 교섭을 촉구했다. 주최 측은 집회 인원을 3000명 안팎으로 예상했으며 이 가운데 현대차지부 집행부와 대의원 등 상경 투쟁조는 1500여명 규모로 파악됐다.
이번 공동파업은 공급망을 따라 날짜를 나눈 '교차 파업'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달 20일에는 자동차 부품사와 현대차그룹 계열사, 원청교섭을 요구해 온 하청 사업장 노동자들이 교대조별로 4시간 이상 일손을 놨다. 21일에는 교섭이 타결되지 않은 완성차 사업장이 교대조별 6시간 이상 파업했다. 부품 공급과 완성차 조립을 차례로 멈춰 공급망 정점에 있는 완성차 업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지부는 이날 전체 조합원 약 3만9000명을 대상으로 8시간 전면파업을 벌였다. 오전조와 오후조가 모두 출근하지 않으면서 울산·전주·아산공장의 생산라인은 하루 16시간 가동을 멈추게 됐다. 현대차 노조가 하루 8시간 전면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9월 이후 10년 만이다.

공동파업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부품사 원가절감이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4월 1차 협력사 364곳에 2027년까지의 원가절감 계획을 요구했다. 차체 생산 협력사에는 약 5%, 나머지 1차 협력사에는 최대 20%의 절감 목표가 제시됐다. 달성률에 따라 물량 배정과 입찰 자격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거론됐다.
노조는 영업이익률이 2~3% 수준인 중소 부품사에 원가절감 부담이 수직 전가되면 인력 감축과 임금 삭감, 부품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상만 금속노조 위원장은 앞선 공동파업 발표 기자회견에서 "현대차가 원가절감을 강요하면서 1~3차 중소 부품사 등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현대차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와 함께 부품 사양과 설계·공정·소재·물류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하청 노동자의 원청교섭 요구도 전면에 올랐다.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금속노조 소속 간접고용 노동자 약 2만명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 결정권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 왔다. 금속노조는 이들 계열사가 교섭 요구 공고와 교섭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에 적극적인 행정 집행을 촉구했다.
현대차 노사의 임금협상도 여전히 평행선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안을 제시했지만 노조가 거부했다. 사측은 정년 연장은 법제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갈등은 다음 주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지부는 24~25일 교대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예고했다. 기아지부도 26일과 28일 교대조별 4시간, 27일 2시간 부분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를 비롯한 사용자들이 각급 교섭에서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