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우진의 심신 탐구]랑베르 아돌프 자크 케틀레(1796~1874)는 근대통계학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케틀레는 벨기에에서 태어났다. 공무원이던 부친이 타계한 뒤 17세부터 수학 과외를 하면서 학업을 이어갔다. 벨기에 겐트대에서 학생 겸 조교로 일하며 23세 때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의 천문대에서 연수하는 동안 통계학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천문학의 관측값을 다루는 과정에서 수리통계학이 발달했다.
케틀레는 귀국 후 1828년 브뤼셀 왕립 천문대를 창설해 천문학을 연구하면서 통계학을 사회에 적용해 나갔다. 《인간과 능력 개발에 대하여》에서 무질서해 보이는 사회 현상에도 규칙성이 존재함을 보여줬다. 예컨대 사회 현상이 일반적으로 정규분포를 따른다며, 인체의 특징도 그러하다고 보고 평균인의 개념을 도입했다. (출처: [역사 속 통계 15] 근대 통계학의 아버지 케틀레, 국가데이터처 블로그)
논란이 많은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바로 케틀레가 고안한 개념이다. BMI는 키와 몸무게만 활용해 비만 정도를 나타낸다. BMI 값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몸무게가 75㎏이고 키가 170㎝라면 75를 1.7의 제곱인 2.89로 나눠 나온 26이 BMI다.
BMI는 측정의 간편함 택하는 대신 설명력 희생측정에는 대개 상쇄관계가 작용한다. 대상을 세세하게 아는 데에는 복잡한 측정이 필요하지만, 이는 매우 번거로운 경우가 많다. BMI처럼 간단한 측정은 손쉽지만 지나치게 무딘 단점이 있다. 우선 과거 BMI의 비만 기준은 집단 간 차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가와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졌다. 그 결과 혼선이 빚어졌다. BMI는 또 근육과 지방을 구분하지 않으며, 지방의 부위도 따지지 않는다.
유럽 남성의 체형을 바탕으로 제시된 BMI의 비만 기준은 다른 인종이나 집단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아시아계 사람은 BMI가 백인보다 낮은데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남성과 여성은 체성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BMI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밖에 나이에 따른 체지방의 변화도 반영하지 않는다.
보건기구와 각국의 보건당국은 이에 대응해 비만 기준을 조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BMI가 30 이상이면 비만이라고 분류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이 기준에 따라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국내에서는 30과 25가 병행 사용된다. 일반건강검진 결과에서는 30 이상이 비만이라고 판정되는데, 대한비만학회에서는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중국의 비만 기준은 BMI 28 이상이다. 일본은 남성과 여성을 나눠, 남성은 27.7 이상, 여성은 26.1 이상으로 본다.
또한 BMI는 체중을 구성하는 성분을 따지지 않는다. BMI에서 근육 1㎏은 지방 1㎏과 동일하게 계산된다. 그래서 동일한 체중과 키의 근육남과 비만남의 BMI가 같게 나오지만, 근육남은 다른 모든 수치에서 비만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울러 BMI는 지방이 어디에 붙었는지도 고려하지 않는다. 복부에 지방이 많은 사람은 엉덩이나 허벅지에 지방이 많은 사람보다 만성질환 위험이 더 높지만, BMI는 이를 나타내지 못한다. 그래서 BMI의 대안으로 허리-엉덩이 비율이나 허리둘레-키 비율이 제안되고 있다. 국내 보건당국이 BMI와 허리둘레를 함께 고려해 동반 질환의 위험도를 경고하는 이유다.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BMI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려준다. 다른 동물과 비교한 인체 체형의 특징이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몸무게가 몸길이의 세제곱에 비례하는 여러 다른 생물종과 달리, 체질량지수 계산법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상 체중인 사람의 몸무게는 키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설명한다. 이어 "이를 이용하면 사람의 허리둘레는 키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키의 제곱근에 비례한다"고 설명한다(출처: 두 발로 서는 인간, 경향신문, 2026.02.04.).
지구상 동물 중 사람이 최상급으로 날씬, 왜 그럴까? 간단히 설명하면, 대다수 동물은 키가 a배로 커지면 몸무게가 a의 세제곱에 비례해 증가하는데, 사람만 a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난다. 동물은 키가 커지면 길이도 그에 비례해 길어진다. 사람은 평균 체형이고 키가 다른 두 사람을 비교하면, 키 큰 사람의 허리둘레는 키 작은 사람의 허리둘레에 비해 비례적으로 굵지 않고 그보다 가늘다.
더 짧게 표현하면, 지구상 동물 중 사람은 아주 날씬한 편이다. (예외가 많다. 예를 들면 뱀이나 갈치는 사람보다 훨씬 길쭉하다. 그러나 이런 동물은 자신의 몸을 다리로 지탱하지 않는다.)
사람 체형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아래 그림이 도움이 된다. 다른 동물은 크기가 정육면체에 비례해 커진다. 사람의 체형은 이에 비하면 길쭉한 사각기둥에 가깝다. 키가 그림의 사각기둥보다 작으면 가로 세로가 비례에 비해 더 굵어지고, 키가 그보다 크면 가로 세로가 비례에 비해 덜 굵어진다.
인체는 왜 이렇게 날씬해졌을까? 이런 체형이 아름답게 보여서? 그건 결과적이고 호리호리한 체형에 편향적인 설명이다. 사람 체형은 영양가가 높은 식재료인 고기를 향한 갈망이 진화와 맞물리면서 이렇게 바뀌었다.
인류의 진화에서 육식은 두뇌 확대라는 큰 변화를 촉발했다. 안정적으로 고기를 먹게 된 방법은 추적 사냥이었다. 이전까지 청소동물로서 골수와 뼈에 붙은 고기를 맛보던 선행 인류는 200만 년 전 무렵부터 추적 사냥을 하면서 고기를 안정적으로 섭취하게 됐다. 활은 물론 창도 갖추지 못한 때였다. 선행 인류는 초식 동물 하나를 점찍은 뒤 그 동물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좇았다. 다리가 길어지고 발이 탄력을 갖추는 등 신체 여러 부위에서 진화가 일어나면서 추적 사냥의 조건이 일부 갖춰졌다.
이 글의 논지와 관련해서는, 사람은 땀으로 체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먼저 땀샘이 다른 동물보다 많아졌다. 사람 피부에는 땀샘이 200만~300만 개 있다. 땀샘은 에크린선과 아포크린선으로 나뉘는데, 에크린선은 아포크린선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린다. 에크린선은 사람에게서 특히 발달했고 몸 전체에 분포돼 있다. 사람 이외의 동물 가운데 에크린선이 비교적 발달한 동물은 말과 당나귀 정도뿐이다. 말과 당나귀는 체온이 올라가면 땀을 조금이나마 흘린다.
사람이 에크린선이 많아졌어도 털을 유지했다면 소용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동물은 몸이 털로 덮여 있어서 설령 땀을 흘리더라도 피부 온도와 체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선행 인류에서는 털이 빠지고 가늘어져 피부가 노출됐다. 이 환경에서 흘린 땀은 피부에서 기화하면서 피부 온도와 체온을 낮춘다. 그 결과 사람은 물만 마시면 몇 시간이고 달릴 수 있다. 반면 체온을 효과적으로 낮추지 못하는 영양은 빠른 속도를 몇 분 동안만 유지할 수 있다. 말은 10여 분 지나면 속도가 떨어진다.
땀 흘려 체온 낮추기에는 호리호리한 체형이 유리이런 체온 조절 능력 차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행 인류는 한낮을 추적 사냥의 시간으로 택했다. 표적이 된 초식 동물은 오래 도망가지 못한다. 그러나 선행 인류는 물만 보충하면 몇 시간이고 뛰고 걸을 수 있다. 표적은 결국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만다. 한낮은 한편 맹수류의 위협도 없어서 유리하다. 맹수는 아침이나 초저녁에 사냥하고, 낮에는 활동할 경우 체열을 감당하기 버거워서 쉰다.
이제 드디어 사람의 날씬한 체형을 설명할 사전 준비가 됐다. 발한 효율을 높이기에는 체중 대비 피부 면적이 넓을수록 유리하다. 위의 그림을 다시 살펴보자. 정육면체 한 변의 길이를 1이라고 하고 사각기둥의 가로와 세로가 각각 0.5, 높이는 4라고 한다. 체중의 근사값으로 활용 가능한 부피는 정육면체와 사각기둥이 동일하다. 그런데 표면적은 사각기둥이 훨씬 넓다. 정육면체의 표면적은 6이고 사각기둥은 8.5다. 이처럼 정육면체 체형에 비해 긴 사각기둥 체형은 방열판이 넓어서 같은 양의 땀을 흘려도 냉각 효율이 더 좋다.
사람 체형을 발한 효율로 설명한 전문가로는 대니얼 리버먼 하버드대 인류진화생물학자가 있다. 리버먼 교수는 호모 에렉투스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비해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게 된 변화는 체온 조절에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몸 연대기》에서 "그래서 덥고 건조한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키가 크고 사지가 길다"고 예시한다.
한편 추적 사냥에 앞서 직립도 선행 인류의 체형에 영향을 미쳤을 듯하다. 두 발로 서서 이동하는 체형은 네 발 체형에 비해 구조적으로 지탱 가능한 무게의 상한이 낮다.
당신의 BMI는 몇인가? BMI보다 허리둘레에 더 신경을 쓰자. 허리둘레를 관리하는 데에는 걷고 뛰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특히 달리기가 좋다. 걷고 달릴 때 간혹, 인체의 BMI가 선행 인류의 보행과 주행이 반영된 결과임을 떠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