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 직전이면 극심한 감정 변화 겪는다는 여성…월경 주기, 감정과 충동 조절에 어떤 영향 미치나

영국 런던에 사는 여성 키키 매리엇(40)은 한때 일주일에 사흘, 길게는 24시간씩 도박에 매달렸고, 그때마다 돈을 대부분 잃었다. 한 번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잃었고, 결국 생활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2023년에는 자살 충동과 극심한 고립감을 느꼈으며,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그러던 중 재활 프로그램과 상담 모임에 참여하면서 그는 자신의 도박 충동이 특정 시기에 특히 심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월경 직전이었다. 매리엇은 "생리할 때가 다가오면 감정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모든 것이 벅차게 느껴졌다"며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질 때마다 도박으로 고개를 돌렸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월경 주기를 기록하며 감정 변화를 추적했고, 충동이 강해지는 시기를 인지해 대응 전략을 세우면서 회복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들려줬다. 그는 현재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매리엇의 사례는 영국 매체 더미러 등을 통해 전해졌다.
그가 밝힌 바와 같이, 월경 주기와 충동적 행동 사이에 실제로 연관성이 있을까.
황체기 후반, 감정 변화 심해지고 충동성 높아질 수 있어
월경 주기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같은 호르몬의 주기적 변화에 따라 난포기, 배란기, 황체기, 월경기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배란 이후부터 월경 직전까지 이어지는 황체기 후반에 일부 여성은 감정 기복과 과민성, 우울감, 충동성 증가 등을 경험한다고 보고한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일상 기능에 뚜렷한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한 경우 '월경전불쾌장애(PMDD)'로 진단된다. PMDD는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DSM-5)에 우울장애 범주에 포함돼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분류(ICD-11)에도 진단명으로 올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월경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동은 감정과 보상, 충동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PMDD와 관련한 여러 연구에서는 세로토닌 기능 변화가 중요한 기전 중 하나로 제시돼 왔으며, 실제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축적돼 있다.
또 월경 주기 단계에 따라 기분, 충동성, 위험 감수 성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한 예로, 알코올 사용장애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월경 전후 특정 시기에 음주에 대한 욕구와 다시 음주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
호르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중독 행동
전문가들은 중독을 한 가지 원인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중독은 유전적 취약성, 스트레스, 정신건강 상태, 환경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월경 주기 변화는 일부 여성에서 감정과 충동 조절을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나, 중독의 직접적이고 단독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월경 주기에 따라 기분과 행동이 달라진다고 느낀다면, 그 패턴을 인지하고 기록하는 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신체 리듬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회복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생리 때문에 정말 중독이 생길 수 있나요?
A. 월경 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가 감정과 충동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는 있다. 그러나 중독은 유전, 스트레스, 정신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며, 생리가 단독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Q2. 월경전불쾌장애(PMDD)는 무엇인가요?
A. PMDD는 월경 전 심한 우울감, 과민성, 불안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일상 기능에 지장을 주는 질환이다. DSM-5 우울장애 범주에 포함된 공식 진단이며, SSRI 등 약물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다.
Q3. 생리 주기와 충동성 변화를 스스로 관리할 방법은 없나요?
A. 월경 주기와 감정 변화를 기록해 '취약 시기'를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증상이 심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이나 중독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