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에 걸친 인지적 자극…알츠하이머 위험 38%↓, 발병 연령 평균 5년 늦춰

평생에 걸쳐 배우고 지적 활동을 이어가는 사람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더 낮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더 느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러시대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았던 평균 연령 80세 성인 1939명을 약 8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 축적된 '인지적 풍요(cognitive enrichment)'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알츠하이머병과 경도인지장애 발생 위험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연구에 따르면, 인지적 풍요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은 가장 낮은 집단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발병 시점이 평균 5년 늦었다. 알츠하이머병 평균 발병 연령은 인지적 풍요가 가장 높은 집단에서 94세, 가장 낮은 집단에서 88세였다.
치매의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인지적 풍요가 높은 집단은 평균 85세에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한 반면, 낮은 집단은 평균 78세에 증상이 시작돼 약 7년의 격차가 관찰됐다.
위험에서도 유의미한 격차가 확인됐다. 평생의 인지적 풍요 점수가 높은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38%, 경도인지장애 위험이 36% 더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 기간 동안 알츠하이머병은 551명, 경도인지장애는 719명이 진단 받았는데, 인지적 풍요 수준이 가장 높은 집단에서는 21%가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은 반면, 가장 낮은 집단에서는 34%가 진단을 받았다.
연구진은 인지적 풍요를 단지 학력만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18세 이전에는 누군가 책을 읽어주거나 스스로 읽은 독서 경험, 가정 내 신문이나 지도책 등 학습 자료 존재 여부, 5년 이상 외국어 학습 여부 등을 반영했다. 중년기에는 40세 무렵의 소득 수준, 잡지 구독이나 도서관 카드 등 가정 내 학습 자원, 박물관이나 도서관 방문 빈도 등을 포함했다. 노년기(평균 80세 이후)에는 독서와 글쓰기, 게임 등 두뇌 활동을 얼마나 지속했는지와 은퇴 후 소득 수준 등이 평가에 반영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평생 배움을 이어간 사람들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초기 뇌 변화가 나타나더라도 기억력과 사고 능력을 상대적으로 더 오래 유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는 뇌 병리 변화와 별개로 기능을 유지하는 '인지 회복력'과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안드레이 자밋 조교수(정신의학·행동과학)는 "인생 전반에 걸친 인지적 자극 환경 노출이 인생 후반기의 인지 건강과 강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도서관과 조기 교육 프로그램처럼 누구나 평생 학습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넓히는 공공 투자가 치매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Associations of Lifetime Cognitive Enrichment With Incident Alzheimer Disease Dementia, Cognitive Aging, and Cognitive Resilience'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 연구에서 활용된, 학습과 독서를 통해 함양되는 '인지적 풍요'라는 개념은 '인지적 예비력(cognitive reserve)'에 포함되는 듯하다. 인지적 예비력 개념을 정립한 야콥 스턴 미국 컬럼비아대 신경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학습과 직업 경험, 사회 활동, 문화와 놀이 참여 등을 제안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인지적 풍요(cognitive enrichment)란 무엇인가요?
A. 학력만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다. 어린 시절 독서 환경, 외국어 학습 경험, 중년기의 문화·학습 자원 활용, 노년기의 독서·글쓰기·게임 같은 정신 활동 등 삶 전반에 걸친 지적 자극 환경을 종합적으로 의미한다.
Q2. 공부를 많이 하면 알츠하이머를 반드시 예방할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는 '연관성'을 보여준 관찰 연구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평생 지적 활동이 많을수록 발병 위험이 낮고, 발병 시점도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Q3. 지금 60~70대인데도 효과가 있을까요?
A. 연구는 아동기부터 노년기까지의 누적 효과를 분석했지만, 노년기에도 독서·글쓰기·게임 등 두뇌 자극 활동이 평가 요소에 포함됐다. 늦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으며, 지속적인 인지 활동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