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이 장에 과다 축적돼 줄기세포 파괴앞으로 불면증이 있거나 수면 시간이 짧은 경우 장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하루 이틀 잠을 설치는 일은 흔한 일이다. 업무에 쫓기거나 보고싶은 넷플릭스 시리즈가 있으면 하루 이틀 밤을 새우는 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단 이틀간의 수면 부족만으로도 장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농업대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공동 연구팀은 급성 수면 부족이 쥐의 장 줄기세포를 손상시켜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IBD)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팀이 쥐를 이틀간 잠을 재우지 않고 관찰한 결과, 해당 쥐의 장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장 내벽을 구성하는 줄기세포 수가 정상 쥐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 확인했다. 손상된 장 조직의 재생 능력 또한 현저히 떨어졌다.
장 조직 파괴의 주범은 역설적이게도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었다. 뇌와 장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평상시 감정 조절과 소화능력 유지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만, 수면 부족 상황에서는 장 줄기세포를 손상하는 주범이 됐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뇌는 미주신경을 통해 '아세틸콜린'이라는 신호 물질을 보내고, 이것이 장내 세로토닌의 과도한 축적을 유도해 줄기세포를 공격하며 재생 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연구팀이 쥐의 장에 세로토닌을 직접 주입하자 충분한 수면을 취한 쥐의 장 줄기세포도 손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반면 장과 뇌를 연결하는 미주신경을 절단한 쥐는 잠을 재우지 않아도 세로토닌 수치가 비교적 낮았으며 세포 손상도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면 부족→미주신경 자극→세로토닌 과다 축적→장 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제 임상 현장의 통계와도 일치한다. 조사 결과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약 75%가 수면 장애를 겪고 있으며, 수면의 질이 낮은 환자는 염증성 장 질환 재발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두 배나 높았다.
최근 의학계에는 장 건강이 단순히 소화 기능을 넘어 전신 건강의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특히 '장-뇌 축(gut-brain axis)' 이라 불리는 장과 뇌의 양방향 소통 체계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장 건강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 연구 흐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수면이 역으로 장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공동 저자인 정취안 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면 장애가 얼마나 빠르고 심각하게 장 건강을 손상시키는지 명확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동 저자인 막심 플리쿠스 UC 어바인 교수는 "이 연쇄 반응의 모든 구성 요소는 불면증 환자의 장 기능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잠재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향후 만성적 수면 부족이 장기적으로 염증성 장 질환이나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