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정집은 '세정제' 만으로 충분…소독제 '건강 위험' 있어

"생닭이나 육류를 손질한 후에는 꼭 도마에 살균소독제를 뿌리고 물에 씼어요", "아기가 있는 집은 살균 물티슈 사용해야죠"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대부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살균이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필요한 화학물질 노출로 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염물부터 씻고 소독제 사용해야
청소할 때 기름기나 음식물 찌꺼기로 더러워진 표면에 곧바로 소독제를 뿌리고 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소독제를 마치 세정제처럼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애초에 두 제품은 용도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소독제를 사용하기 전 표면을 먼저 깨끗하게 닦아내지 않으면, 오염 물질이 방어막 역할을 해 소독 성분이 세균에 닿기도 전에 가로막히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독성물질저감연구소(TURI)의 알리시아 매카시 수석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오염물질과 때가 방어막 역할을 해 소독제가 미생물에 직접 닿지 못한다"며 "청소도 하지 않고 소독부터 하는 것은 빗자루질을 생략한 채 빵 부스러기가 가득한 바닥을 물걸레로 닦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표면을 깨끗이 했다고 해도, 소독제를 뿌린 뒤 곧바로 닦아낸다면 이 역시 소용이 없다. 헤더 테니 TURI 과학정책국장은 "대다수 사람들은 소독제를 뿌리자마자 닦아내는데, 이는 소독제를 아예 쓰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소독제가 세균을 죽이려면 최소 1분에서 최대 10분가량 표면이 소독제에 도포된 채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상에선 '세정제'로 충분…무분별한 소독제 사용 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살균소독제가 가정 내 필수 방역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가정 내 위생 관리는 세정제로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가정에서 감염병 환자가 발생했거나 날고기를 다룬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화학 소독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대부분 상황에서는 비누와 물로 박박 문질러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세제나 비누로 문지르고 물로 헹궈내는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세균을 표면에 고정시키는 화학적 결합이 끊어지고, 미생물들이 하수구로 씻겨 내려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인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잠재적 악영향을 고려할 때, 소독제는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까이에 있는 세균을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는 생각은 일종의 심리적 강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무심코 쓴 소독제, 생식능력·뇌 세포까지 위협해
또 불필요한 소독제 남용은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가정, 학교, 병원 등에서 널리 쓰이는 살균 물티슈와 소독제에는 '4급 암모늄 화합물(QAC)'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 이 성분이 대표적인 우려 물질로 꼽힌다. 최근 연구에서는 QAC가 사람의 혈청, 모유, 소변, 대변 등 여러 생체 시료에서 폭넓게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축적된 동물실험과 세포실험 결과도 경각심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QAC는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호흡기와 면역체계에 이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생식능력 저하와 태아 기형과의 관련성도 제기됐다. 실제 쥐 실험에서는 생식능력이 크게 떨어진 사례가 확인됐다. 이 밖에도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약화시키고, 신경세포 간 소통을 돕는 뇌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우리가 화장실 청소 등에 흔히 사용하는 '락스' 역시 잘못 사용하면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 락스 성분을 호흡기로 과도하게 들이마실 경우 화학성 폐 손상이나 폐부종, 반응성 기도기능장애(RADS), 화학물질 유발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작업 중 실수로 눈에 튈 경우 심각한 각막 손상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락스를 뜨거운 물과 함께 사용하거나 다른 세정제·소독제와 함부로 섞어 쓰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자칫 치명적인 유독 가스가 발생해 호흡기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살균소독제를 쓰려면 꼭 필요한 상황에, 제품의 설명서에 따라 정확한 시간과 용법을 지켜 최소한으로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