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호 노동 법안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두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쿠팡조차 환영할 수준의 법”이라고 비난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이재명 정부의 1호 노동 법안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이 정면충돌 중이다. 정부·여당은 노동절(5월1일)까지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은 “쿠팡조차 환영할 수준의 법(공공운수노조)”이라 비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다루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종속된 노동자’와 ‘자율적인 자영업자’ 간의 구분이 명확했다. 노동자의 경우, 회사 측 지시를 받아 수행해야 하는 등 타인에게 종속된 상태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으로 노동자(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겐 ‘노동시간 규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등 법률적 보호와 함께 ‘4대 보험 가입 의무화’라는 강력한 국가 공인 안전망이 제공된다. 자영업자는 자율적으로 자신의 사업을 영위하는 지위인 만큼 보호의 필요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노동자’ 혹은 ‘자영업자’라고 딱 잘라 부를 수 없는 집단이 급속히 확대됐다. 법률상 임금노동자는 아니지만 타인(사업주)을 위해 일하고 보수를 받는 사람들이다.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 등으로 불리며 자신의 소득 가운데 3.3%(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는 ‘1인 자영업자’의 규모는 2024년 약 87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한국의 자영업자를 포함한 총 취업자 수가 2800만여 명이었는데 그중 30%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 가운데 일부 직종은 그나마 보호를 받고 있다.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다. 이들을 해당 법안에서는 ‘노무제공자’라고 부른다. 그러나 산재보험에 가입한 노무제공자는 2024년 기준 143만여 명에 불과하다. 광범위한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은 여전히 고용·산재보험, 나아가 근로기준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헌법 제32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하게 되어 있다.
정부·여당은 급변하는 노동 현실을 반영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최소한의 울타리(기본적인 법적 보호)를 제공하려 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노동조합은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을 기존의 근로기준법 체계 내로 포함시켜 강력한 법적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하 일터기본법)은 ‘고용상 지위나 계약 형식에 관계없이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일하고 이를 통해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일하는 사람은 일터에서 고용 형태로 인해 차별받지 않는다. 일터기본법에서 사업자는 ‘노무를 제공받아 직접 보수를 지급하거나, 일하는 사람을 소개·알선하며 보수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단체·법인’으로 규정된다.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이 휴식을 취하며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노무제공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해지해서는 안 된다. 사업자의 의무다. 국가는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그 사용을 권장할 수 있다.
처벌 규정 없어서 실효성 없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일터기본법이 사업자의 의무만 나열했을 뿐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제재할 수단을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마디로 ‘실효성이 없다’. 일터기본법을 통틀어 처벌 조항은 ‘일하는 사람이 이 법에 따른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불이익한 조치를 한 사업자에게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사업자는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되는 사회보험과 관련해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내용을 준수’해야 하고, 국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일하는 사람에게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선언적 문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처벌 규정이 없거나 선언적’이어서 이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핵심은 일하는 사람의 권리다. 일터기본법 제4조는 일하는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격을 존중받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권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 ‘공정한 계약체결 및 적정한 보수 등을 보장받을 권리’ ‘사회보장제도를 향유할 권리’ ‘일과 양육·돌봄·휴식·여가 등 개인 생활과의 조화를 향유할 권리’ 등을 갖는다고 명문화했다. “헌법의 기본권은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개인 간 재판에 바로 적용하지 못한다. 지금 프리랜서들이 사업자와 소송하면서 헌법에 적힌 ‘평등 원칙’을 재판 규범으로 쓸 수 있나? 못 쓴다. 불법행위 정도만 갖고 다툴 뿐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제정되면, 프리랜서들이 이 법에 있는 여러 권리조항을 사인 간 민사재판에서 준거로 쓸 수 있다. 그게 왜 실효성이 없나?”
또한 이 법은 노무 제공에 대한 보수 지급이나 계약 해지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졌을 때 이를 조정하기 위해 노동위원회에 ‘분쟁조정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들이 분쟁 조정 절차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현재 해고 제한을 적용받지 못하는데, 부당한 계약 해지를 당했을 경우 이 법에 따른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시도할 수도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그동안 노동법이 적용되지 못했던 영역을 일단 노동법 틀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하나의 ‘통로’로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역대 정부는 비슷한 법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때도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 일터기본법과 비슷한 법을 만들려 했으나 노동조합들이 반대했다. 노동조합들은 이런 법을 만들면 충분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들마저 근로자가 아닌 ‘제3의 집단’으로 ‘잘못 분류(오분류)’되어 차등적인 보호만 받게 되리라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 때도 비슷한 취지의 ‘노동약자 지원법’을 추진했으나 역시 노동조합들은 시혜적이라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고, 12·3 비상계엄 이후 정권이 바뀌었다.
노동조합들은 일터기본법 같은 새로운 법을 만들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모든 일하는 사람들에게 확장하자고 주장한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게 하자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020년 1월부터 시행 중인 AB5(Assembly Bill 5)라는 법이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이 법에 따르면 일하는 사람은 일단 ‘근로자(employee)’로 추정된다. 만약 기업 측이 이 추정을 깨뜨려 해당 ‘일하는 사람’을 근로자가 아니라 ‘독립 계약자’로 분류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사안을 입증해야 한다. 그 노동자가 ‘업무 수행에서 기업의 통제와 지시를 받지 않고(A)’ ‘기업의 통상적인 사업 범위 밖의 일을 하며(B)’ ‘독립적으로 해당 직업 또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가(C)’가 그것이다.
이를 ‘ABC 테스트’라고 부른다. 회사 측이 이 세 요건을 증명하지 못하면 해당 ‘일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되어 최저임금, 유급 질병·가족휴가, 산재·고용보험 등 캘리포니아주의 노동법과 사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근로자 추정’은 일하는 사람이 근로자가 아닌 제3의 집단으로 분류되어 차등적 보호만 받게 되리라는 민주노총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제도다. 일터기본법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한 ‘보호의 법적 근거’인 데 비해, 근로자 추정은 일하는 사람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길을 넓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도 일터기본법과 함께 ‘근로자 추정제’를 패키지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김주영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따르면, 민사상 분쟁에서는 일하는 사람을 일단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프리랜서인 방송작가가 퇴직금 소송을 제기하면, 지금까지는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방송작가는 일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된다. 이 추정을 뒤집으려면 방송작가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 즉 방송사 측이 ‘이 작가는 우리 회사 근로자가 아니다’라고 반증해야 한다. 증명책임이 프리랜서에게서 노무 수령자인 사측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박귀천 교수는 “근로자 추정제를 통해 이전보다 용이하게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한다면, 일하는 사람 기본법만 제정했을 때의 문제점(근로자인데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할 가능성)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자는 게 노동조합들의 주장이었으니 환영할 일 아닐까?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에도 반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AB5는 추정제를 도입하면서 노동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ABC 테스트)도 새로 만들었는데, 한국의 근로자 추정제에는 이것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박정훈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그동안 입증책임이 우리(일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 게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현행 판례의 기준을 넘어서기가 어려워서 막혔다. 근로자 개념을 넓히지 않는 한, 입증책임만 전환한다고 해서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적지 않은 노동법 연구자들도 장기적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본다. 권오성 교수 역시 “기술을 통한 원격통제로 인적 종속성을 얼마든지 ‘희석’시킬 수 있는 시대에 인적 종속성만으로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건 너무 낡은 기준이다. 예컨대 기업이라는 위계구조 내에 편입되어 있으면 근로자로 보는 ‘구조적 종속성’을 근로자성의 본질적인 지표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다. 단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근로자 인정에 필요한 종속성의 정도를 낮춰서 근로자 범위를 확장할 경우, 지금의 근로기준법이 갖는 수많은 효과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박은정 방송통신대 교수(노동법)도 “현재의 근로기준법은 폐쇄적인 만큼 강력하다”라며, 아무리 근로자 범위를 확장해도 “프리랜서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사람을 현행 근로기준법 하나로 보호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 형태가 너무도 다양한 상황에서 법률로 노동조건을 규제하려다 보면 “예컨대 해고 규제까지는 가능하다 하더라도 1일 8시간, 1주 40시간 근로시간제 등은 정말 상징적인 규정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총, 근로자 추정제는 결사반대
더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별다른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는 데다 노동시간 상한 규제도 없다(우버 등 운송 플랫폼 기업들은 거액의 캠페인을 벌여 이 법망에서 사실상 제외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금지’ ‘주 52시간 상한’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의 모든 조항을 수많은 프리랜서 등 1인 자영업자 870만명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지금의 근로기준법 보호 수준을 그대로 두고 근로자 개념을 확장하는 게 가능한지, 어디까지 확장하고 어느 정도 보호할지 한국 사회는 사실상 제대로 논쟁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자 추정제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기준을 넓히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도 극적인 변화로 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확대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근로자 판단 기준을 낮추는 방법. 이 논의는 아직 비어 있고 더 많은 논쟁이 필요하다. 둘째, 근로자 판단 기준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민사재판 시 증명책임을 노무제공자에서 사측으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기본값’이 바뀌기 때문이다. 법 개정 이후에는 기본값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된다. 이걸 깨려면 사측이 ‘이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해야 한다. 이게 왜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닌가(권오성 교수).”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결사반대다”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법체계상 권리를 주장하려면 본인이 그에 필요한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자신이 노동자임을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게 세상이다.” 〈조선일보〉는 1월21일자 사설에서 근로자 추정제를 “세계적으로 입법 유례가 없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국과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AB5라는 선례가 있다. 또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4년 10월23일 ‘플랫폼 노동에서의 노동조건 개선에 관한 지침’을 공식 채택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과 작업 종사자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통제와 지시를 포함하는 요소가 발견되는 경우, 고용관계로 ‘법률상 추정’된다. 이러한 법률상 추정에 이의가 있는 경우 증명책임은 플랫폼 측에 있다. 물론 이 지침은 플랫폼 노동에만 해당되며, 근로자 판단 지표는 각 회원국이 결정하도록 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차원에서, 근로자인데 자영업자로 잘못 분류된 이들을 노동법으로 포섭하는 방법으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거나 논의하는 흐름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6년 ‘고용관계 권고’에서 ‘하나 이상의 관련 지표가 존재하는 경우 고용관계가 존재한다는 법적 추정을 규정하는 것’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9년 ‘고용전망 보고서’에서 “정부는 노동자가 자신의 고용 지위를 다투는 일이 더 쉽고 비용이 덜 들도록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며 입증책임을 노동자가 아니라 사용자에게 두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고용 지위는 다양한 노동자 권리와 보호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 잘못된 분류는 (위험을 전가함으로써 노동자) 개인을 해치고, 준법 기업을 불리하게 만들며, 공공재정에 구멍을 낸다.” 한국형 ‘근로자 추정제’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운명은 늦어도 5월1일에는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