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총격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3주 사이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공권력에 사망했다. 미국 언론은 내전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지난 1월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두 명이 사망했다. 1월7일 르네 굿이 총격으로 사망하고 17일 만인 1월24일 알렉스 프레티가 단속요원이 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실시간으로 전국에 전파된 무자비한 총격 영상은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민자 단속은 지난해 6월부터 강경해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 방위군을 소집한 로스앤젤레스를 시작으로 시애틀·포틀랜드·시카고 등에 연방 단속요원이 대규모 작전을 펼쳤다. 그리고 남부 국경에서 이민자를 단속하던 그레고리 보비노를 10월에 국경수비대장으로 임명하면서 작전은 더욱 강도를 높였다. 주 방위군, 국토안보부 소속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경지대를 담당하는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까지 총동원된 작전은 현재도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말리아계 미국인의 복지예산 부당 수급을 지적하면서 소말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미니애폴리스에 요원 2000여 명을 파견했다.
시민들은 이민자 단속을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다.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경찰에 의한 조지 플로이드 총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 강하고 끈질기게 시위가 벌어진 곳이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경찰을 신뢰하지 못한 시민들은 지역 안전을 위해 자경단을 꾸릴 정도로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섰다. 무차별적 이민자 단속에 대응해 ICE 감시단을 조직하고 ICE가 나타나면 호루라기로 주변에 알리며, 영상으로 기록하는 역할을 했다. 이민 단속요원의 원칙 없는 폭행과 체포에 지역 경찰이 대응하지 못하자 시민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무자비한 이민자 단속과 미니애폴리스 시민의 연대가 충돌하면서 3주 사이에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공권력에 사망했다. 트럼프 정부는 연방 요원의 방어권 행사라고 했지만, 실시간으로 공유된 총격 영상은 무방비한 시민에 대한 일방적 살해에 가까웠다. 이민 단속요원에 의한 사망통계를 정부에서 제공하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6명 이상이 단속 과정에서 총격으로 사망했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지붕에서 떨어지거나,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더 늘어난다. 이전까지 대부분 사망자가 서류 미비 이민자였던 반면 이번 사건은 공권력을 감시하던 미국 시민권자를 대상으로 벌어져 더욱 충격이 컸다.
인구 40명만의 도시 미니애폴리스에서 최대 10만명이 모이는 트럼프 이민정책 반대 시위가 매주 벌어진다. 그리고 이민정책 반대를 넘어 무도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반(反)트럼프 시위로 확대 중이다. 학생들도 학교에 가지 않은 채 시위에 참여하고, 이전까지 트럼프의 이민정책을 강하게 반대하지 않던 노동조합들도 적극 나섰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역 노동조합들이 조합원들에게 금요일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고용주에게 조합원의 휴가를 공식 요청했다. 대표적 흑인 조직으로 가장 규모가 큰 전미 유색인 지위향상협회(NAACP)도 ‘ICE를 말려버리자(Dry ICE)’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조직적인 시위 참여를 선언했다.
‘불법 이민자’ 아닌 ‘우리’의 문제
트럼프 취임 후, 최근까지 이민자 체포에 저항하는 시위는 격렬했지만 산발적이었다. 지난해 여름 시위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흑인 조직을 포함해 큰 조직들이 안 보인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미니애폴리스의 총격 사건을 계기로, 이민정책의 문제가 인권 문제로 전환됐다. ‘불법 이민자’라는 공동체 바깥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니애폴리스 시위는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 수만 명의 시위로 확대됐고 “ICE 나가!”라는 구호를 한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보비노 국경수비대장을 현장에서 철수하게 하고, 톰 호먼 ‘국경 차르’를 파견했다. 호먼은 문제가 된 무차별적 거리 수사를 재검토하고 파견 요원도 줄이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 보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에 두 번째 사망자를 “선동가이고, 아마도 반란자”라고 지칭하며 사태에 다시 불을 지폈다. 트럼프 1기 백악관 수석 전략가였던 스티븐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최근 상황에 대해 “온도를 낮출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온도를 높여야 한다”라며 정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기도 했다.
탄핵이라는 법적 절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미국 언론은 내전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네소타주의 상황이) 통제되고 있지 않다”라며 내란법 발동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2024년 민주당 부통령 후보였던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디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무장 세력이 공격하면서, 제 유권자들, 제 시민들을 살해하고 있다”라며 1861년 남북전쟁이 시작된 섬터 요새(Fort Sumter) 전투와 현재 상황을 비교했다. 여러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요원들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그 흐름에 힘을 싣고 있다.
‘추방 자료 프로젝트’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취임 후, 장벽 효과로 국경 인근에서 체포와 추방은 급격히 줄고, 국내에서 체포되어 추방되는 건수가 전년보다 4.6배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년간 23만명이 국내에서 ICE에 체포되어 추방된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번 미니애폴리스처럼 혐의가 없는 사람에 대한 무차별적인 ‘거리 체포’가 11배나 증가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무차별적 거리 체포가 혐의자를 특정한 체포 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인종 프로파일링 등을 활용해 영장 없이 거리에서 수사와 체포가 허용되고, 단속 작전을 방해하는 사람도 함께 잡아가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포틀랜드·시카고 등에 트럼프의 명령으로 배치된 주 방위군에 대해 ‘권한 행사의 근거가 없다’고 법원은 판결했다. 하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력을 동원할 여러 수단을 갖고 있고,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씩 걸린다. 물러서지 않는 트럼프의 이민자 체포 정책과 주정부 간의 권한 충돌, 시민 저항이라는 갈등의 온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번 미니애폴리스의 충격으로 미국 사회는 이전과 다른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아직은 미국 사회 갈등이 정점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