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아킬레스건은 인간의 발뒤꿈치에 붙어 있는 힘줄인데, ‘치명적인 약점’을 의미하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이 말의 유래는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아킬레우스에서 비롯된다. 어머니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강에 담갔다. 그러나 발뒤꿈치를 잡고 담그는 바람에 그 부분만 강물에 닿지 않았고, 발뒤꿈치는 그의 유일한 약점으로 남게 되었다. 결국 아킬레우스는 발뒤꿈치에 화살을 맞고 죽는다.
2023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짜리 아킬레스건’ 6770개가 수입돼 병원 400여 곳에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반쪽짜리(hemi)를 온전한 제품(whole)인 것처럼 속여 요양급여 100억원가량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환자 6500여 명의 몸에 이식된 이 사건은 우리 사회 의료보건체계의 치명적 약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후 전개된 상황은 그 약점이 얼마나 깊은지를 확인하게 한다.
경찰은 의사와 업체 관계자 등 85명을 검거했다며 대대적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당초 수사 발표와 달리 수입업체 관계자 대다수에게 ‘혐의 없음’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요란했던 수사 발표와 달리 실질적인 처벌은 흐지부지됐다. 이 사건은 경찰 수사의 신뢰도와 공정한 법 집행 의지에 의문을 던졌다.
불송치 결정의 핵심 근거는 “반쪽 아킬레스건이라도 별도로 정부의 사용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이었다. 수술실에서 환자 몸에 맞춰 잘라 쓰는 특성상 조각난 제품이라도 별도 승인이 필요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해석대로라면 4분의 1, 8분의 1로 쪼개진 조직이 유통돼도 막을 명분이 없다. 국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부처가 규격의 모호함 뒤에 숨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면 환자의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 일부 의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반쪽 아킬레스건을 썼을 때 충분한 두께의 인대가 확보되는지 불확실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6500여 명에 이르는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은 이 사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제 식구 감싸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전문가 집단의 맨얼굴이 드러난 대목이다.

환자 6500여 명에게 이식된 미승인 조직


피해자는 이식된 조직의 강도나 거부반응을 스스로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보건 당국은 반쪽짜리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에게 이를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이상 사례가 보고된 바 없다”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부당하게 지급된 요양급여를 환수하겠다며 나선 국민건강보험공단도 1심에서 패소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법원마저 불송치 결정과 식약처의 안일한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킬레스건’이라는 비유처럼, 이 사건은 의료·행정·사법 시스템 전반에 숨겨진 치명적 약점을 드러냈다. 테티스는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려 했지만, 손에 쥔 발뒤꿈치까지는 지키지 못했다. 오늘날 국가와 사회 역시 안전과 공정을 말하면서도, 현장의 탐욕과 법망의 허점이라는 ‘발뒤꿈치’를 방치하고 있다. 반쪽짜리 아킬레스건 사건은 우리 사회의 도덕적 결함이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