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초고가·비거주·다주택을 겨냥하지만 규제를 피한 비강남·실거주·1주택에 기반한 자산 전략이 계속된다. 이 같은 전략은 자산 양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8월3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세간의 관심은 부동산 관련 세제로 향했다. 앞서 정부는 대통령 주재 토론회를 비롯해 총 다섯 차례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개최했고, 이 자리에서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 의견 수렴 창구인 ‘부동산토론회’ 웹사이트에는 7월30일까지 개별 의견 7476건이 접수됐다. 정부의 이러한 공론화 시도를 일종의 ‘빌드업’으로 본 이들은 부동산 세제 개편을 통해 보유세 강화와 전반적인 정책 패키지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토론회라는 이벤트에 이어 등장한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정부는 ‘거주’와 ‘보유’를 강하게 분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실거주하지 않고 단순히 보유 중인 주택에 대해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주택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거주’공제로 전환해 보유기간 대신 실제로 거주한 기간을 기준으로 삼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본공제금액도 1주택·비거주인 경우 기존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낮췄다. 이 밖에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도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이 인상하면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보여주는 방향성은 ‘1가구 1주택 실거주 유도’에 가깝다. 세제개편안에 따른 변화가 현실화되더라도, 초고가 주택이 아닌 이상 1가구 1주택 세대의 세금 부담은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1가구 1주택의 종부세 과세 대상은 공시가격 기준 기존 12억원 초과에서 14억원(시가 약 20억원) 초과로 늘어났다. 시가 20억원에 달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중저가 주택은 다주택이 아닌 이상, 그리고 소유주가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는 이상 정부가 주시하는 대상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세제개편안에 대해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8월6일 CBS 라디오에서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단기적으로 대응하는 목적이 아니”라고 말했다. 비거주 1주택(본인은 다른 곳에서 임차인으로 살고, 보유한 주택은 임대를 내주고 있는 경우)이나 다주택, 일정 가액 이상 주택(주로 초고가 주택)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정상화’의 범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도 읽을 수 있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정책 철학은 ‘1가구 1주택 실거주를 제외하고, 주택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2025년, 대출 규제 중심의 6·27 대책,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10·15 대책, 그리고 올해 1월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불을 붙인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까지. 정부는 정책이 겨냥하는 대상이 다주택·고가주택·특정 지역에 국한된다는 점을 계속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겨냥하지 않는 소위 ‘정상 범주’에서도 1주택·실거주를 통한 부동산 자산 재편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연쇄적인 주택 가격 상승, 지역 간 자산 격차, 임대차 물량 부족 문제 등은 이번 대토론회-세제 개편으로 이어지는 ‘부동산 정치’에서 두드러지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비강남 지역, 요컨대 마포·성동·광진·동대문 등 최근 떠오르는 지역에서 주택 시장이 과열되는 상황은 정책의 초점에서 벗어나 있었다.
실거래가 10억~20억원 단위에서 활발하게 진행된 1주택·실거주 거래는 분명 정부가 ‘열어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지역과 가격대가 이재명 정부 동안 획득 가능한 일종의 ‘최적 자산 전략’으로 여겨지며 확산되고 있다. 이는 ‘똘똘한 한 채’ 전략과는 또 다른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수도권 동남부에서 ‘똘똘한 한 채’로 불린 초고가 주택은 ‘다주택 대신 입지 좋은 곳에서 1주택을 보유한다’는 원리로 받아들여졌다. 직장과 주거지가 지방이라 하더라도, 기왕 자산을 가지고 있다면 강남 집을 1채 매수해 보유하고, 실거주는 해당 지역에서 임대차로 해결하는 적극적인 보유 전략도 나타났다. ‘언젠가 강남에 들어가 살 것’을 감안하고 미리 갭투자로 초고가 지역 주택을 매수하는 것도 선택지로 여겨졌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러한 ‘소유와 거주를 분리하는 적극적인 자산 전략’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
정부 규제의 방향에 따라, 개별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자산 전략은 변화한다. 정부가 이러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제는 ‘조금 덜 똘똘한 한 채에 똬리 틀기’가 일종의 정답처럼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정책은 지방에 있는 자산가의 서울 부동산 투자는 막을 수 있을지 몰라도, 수도권 실거주자들의 연쇄 이동은 규제하지 못한다.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이미 관찰되는 중이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적 자산 전략 찾기


서울시 강서구에서 3살 아이를 키우는 김지인씨(가명·38)는 최근 강서구 가양동에 전용면적 84㎡ 나홀로 아파트를 약 9억원에 매입했다. 1999년에 지은 구축 아파트이지만, 김씨는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매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김씨는 인근에서 전세 임차인으로 신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임대인의 사정으로 올해 6월, 4년 만에 살던 집에서 나와야 했다. 그러나 전월세 임대차 물량이 많지 않았고, 이제 막 어린이집에 적응한 아이를 생각하면 살던 동네를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결국 김씨 부부는 무리를 해서라도, 살던 지역에서 집을 매수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겼다. 부부의 연령대와 소득을 고려했을 때, 정책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시기도 지금뿐이었다.
김씨는 자신이 택한 ‘강서구 구축 9억’이라는 기준을 일종의 뉴노멀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동산 버블 논란이 일던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김씨가 매수한 아파트의 최고 실거래가는 7억8000만원(2021년 6월)이었다. 이후 금리인상기 동안 거래가 뚝 끊겼고, 2024년까지만 해도 기존 최고 실거래가를 넘어서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2025년 4월, 이 아파트는 매매가 8억원을 넘어서더니 이후 줄곧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씨 사례는 정부가 ‘정상’이라고 여기는 중저가 ‘1가구 1주택 실거주’의 표본에 가깝다. 그럼에도 김씨는 매매 후 “집을 사면서 둘째를 갖겠다는 생각은 지웠다. 이제는 둘 중 하나가 수입이 없으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갚기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정상’의 대가는 비쌌다.
한국부동산원 월간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주택가격지수가 105 이상인 지역은 서울 동대문·광진·성북·서대문·강서·구로·영등포·관악구가 해당한다. 경기도에서도 안양·성남·용인·화성·광명·구리·하남시 등이 지수 105를 넘겼다. 월간매매가격지수는 2026년 1월을 100으로 놓고, 가격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볼 수 있는 지표다. 올해 6월 지수가 105라는 것은, 해당 지역의 주택 가격이 5개월 만에 5% 뛰었다는 의미다. 2026년 들어 실제로 가격 상승이 거칠게 일어나는 곳은 강남권이 아닌, 이들 비강남 지역이었다.
이들 지역은 공통적으로 정부가 설정한 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에 해당한다. 과한 대출 없이(대출 규제) 실거주를 위한 매수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경우 투자를 위한 수요가 제한되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도 제약이 생길 것이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적극적인 실거주 수요만으로 전반적인 가격이 상승했고, 그렇게 형성한 최근 가격은 이미 문재인 정부 후반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가격을 넘어섰다. 특히 서울의 경우, 대부분 ‘전고점’으로 불리던 2021년 12월 가격지수를 넘어선 상황이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와 달리, 지금은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환경에 큰 차이가 있다. 바로 금리다. 현시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결코 만만한 수준이 아니다. 은행연합회 조회 기준, 8월6일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는 고정금리 시 최대 7.64%, 변동금리 시 최대 6.82%까지 오른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팬데믹 제로금리가 정점이던 2020년 8월 주담대 금리는 2.39%였지만, 가장 최근인 2026년 6월은 4.3%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지금은 금리 ‘인상기’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은 7월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연 2.5%에서 연 2.75%로 올렸다. 2024년 10월 시작된 금리인하의 사이클이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인상 사이클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시중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더 일찍, 더 많이 오르는 중이다. 2025년 6월 3.93%로 조정받던 주담대 금리가 지난 1년 동안 다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이 한창이던 2022년 10월, 당시 주담대 금리는 4.82%까지 치솟은 바 있다(한국은행 통계 기준). 지금과 약 0.52%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1주택·실거주’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이 서울과 일부 수도권 외에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IT 제조(반도체) 직군 노동자의 소득 증대와 비금융 대출 확대(사내 대출 등) 같은 국지적이고 제한적인 유동성 증가까지 뒤따르면서 ‘특정 지역을 비싸게 매수할 여력이 있는 무주택 수요자’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반도체와 같은 IT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화성시 동탄구의 매매가격지수는 2026년 6월 들어 112.32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자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상호 강화되는 추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호 강화하는 자산·소득 양극화


6월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우리 경제 가계 양극화의 실태와 파급영향’ 보고서는 자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서로 강화하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진단한다. 자산 양극화가 공고해지면서 세대 간 자산 격차가 커졌는데, IT 산업 근로 가구와 여타 가구 간 소득 격차도 최근 크게 확대됐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복합 양극화’가 상호 강화되면서 국가 전체 생산성 저하, 자원 비효율 심화, 내수 활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이 같은 악순환의 한 축을 맡은 자산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점도 명확히 한다.
자산 중심의 사회는 서구권에서도 더 이상 낯선 관념이 아니다. 특히 주택을 개인이 구입·소유하는 전통이 강한 영미권에서 주택 자산 유무에 따른 세대 간 양극화는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주택 자산을 확보할 수 있었던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해 밀레니얼 세대는 임차 생활에 머물고, 이 때문에 자본 축적도 어려워 사실상 집을 구할 수 없다는 비판이다. 저성장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임금보다 자산 가격 상승률이 더 커졌고, 대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대도시 자산 소유 여부가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은 한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다만, 2026년 한국 사회가 직면한 상황은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금리가 오르고 비수도권 지역에서 여전히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서울의 특정 지역으로 실거주 쏠림이 강화된다. 이미 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가 강한 상황에서 사적 자원(부모님 증여)과 특정 직군의 유동성 확보(상여와 사내 대출)를 통해 자금을 융통하는 일부가, 서울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공고히 하며 정부가 열어둔 ‘비강남 서울’로 몰리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이 ‘열어둔 공간’에 대해선 규제 지역 설정 외에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들의 적극적인 자산 재편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부동산 ‘급지’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비강남 서울 지역의 가격 상승이 결국 강남 가격의 하방 지지선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반대로 ‘초고가 규제나 금리 압력으로 인해 초고가 시장이 흔들리면, 아래 단계에 있는 다른 지역의 가격도 흔들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래는 불투명하지만, 현실 속 상당수 실수요자는 자산 양극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이 질서 내에서 정부가 설정한 ‘비강남, 1가구 1주택, 실거주’라는 최적 자산 전략을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둘째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한 김지인씨처럼, 각자의 인생 선택이 모이고 모여 한국 사회에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