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저축만으로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워진 사회에서 투자는 생존 전략이 됐다. ‘더 큰 가격변동’을 매입하게 만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자산화는 결국 위험의 대중화로 끝난다.

자산(asset)이라는 용어에서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가? 아마 집, 부동산, 예금, 주식 등 ‘이미 현금이거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거나, 수익을 낼 수 있는’ 재산과 금융상품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과거라면 자산으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현상과 권리들이 새로 ‘자산’으로 조직돼 거래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레버리지 ETF’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레버리지 ETF란 무엇인가? 일단 주식형 ETF는 ‘여러 종류의 주식들을 담은 상자’로 이해할 수 있다. 상자에 담긴 주식들을 ‘기초자산’이라고 부른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돈(예컨대 1억원)으로 그 주식들을 매입해서 상자(ETF)에 담는다. 그 ETF가 10%의 수익을 올리면 당초의 1억원(순자산)은 1억1000만원으로 1000만원 불어난다. 10% 손실의 경우엔 순자산이 9000만원으로 줄어든다. ETF는 상장돼 있으니 투자자들끼리 사고파는데, 대체로 순자산의 변동에 따라 시장가격이 오르내린다(‘레버리지’ 부분은 뒤에 설명하기로 하자).
지난 5월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이하 삼전 ETF·하이닉스 ETF)는 매우 파격적인 상품이었다. ‘여러 종류의 주식’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업종의 한 기업 주식만 기초자산(지금부터 ‘본주’)으로 삼았다. 이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본주의 2배로 맞추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주식(삼전 본주)이 하루 동안 10%의 수익률을 올리면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삼전 ETF)’의 하루 수익률은 20%가 된다는 것이다. ‘위험’도 매우 크다. 본주가 어느 날 10% 떨어지면 이 ETF는 20%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일반적 ETF들은 다양한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는다. 어떤 주식이 크게 하락하더라도 다른 주식은 올라 손실을 완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는 한 종목의 하루 손익을 오히려 두 배로 증폭한다. ‘수익과 손실을 함께 확대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광기에 참여하라”


이 상품의 출시 초기 투자자들의 반응은 호기심과 불신으로 압축된다. 상장 첫날인 5월27일, 네이버페이 증권의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토론방에서는 “이딴 게 왜 필요해”와 “못 먹어도 고”가 공존했다. 상장 이튿날인 5월28일, 가격이 전날보다 4.95% 떨어지자(종가 기준) “사자마자 –8%” 같은 손실 호소가 이어지면서 자산운용사와 금융 당국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그러나 삼전 ETF가 전일 대비 10% 이상 반등한 5월29일부터 토론방 분위기는 “이게 레버리지의 참맛” “돈 벌기 쉽네”로 확 바뀐다. 이 열광의 절정은 6월1일이었다. 그날 삼전 본주가 10.1% 올랐다. 삼전 ETF는 그 두 배인 20.7% 상승했다. 이 상품은 자본시장의 시민권을 얻었다. 토론방 참여자들은 “일생일대 마지막 기회”이니 “빨리 올라타”라고 삼전 ETF 매입을 권유했다. 이날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시장이 광기면 너도 그 광기에 참여하라. 오히려 이런 장에 참여하지 않는 너희들이 광기다.”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삼전 ETF의 가격 폭등은 이 상품의 정당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삼전 ETF는 바로 다음 날(6월2일) 최고점(3만3000원)을 기록한 뒤 서서히 하강하다가 7월 들어서는 문자 그대로 ‘녹아버린다.’
삼전 ETF는 왜 녹아버렸나? 이 상품의 구조를 단순화한 뒤 삼성 본주 시세의 변화에 따라 삼전 ETF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림〉 참조).
일단 자산운용사가 삼전 본주 ‘하루 수익률’의 두 배만큼 오르내리도록 설계된 삼전 ETF를 출시해서 투자자 100명으로부터 1000만원씩 10억원(순자산)을 모집했다고 치자. 이 상품의 출시 첫날 아침, 삼전 본주는 1주당 100만원으로 가정한다.
그런데 벌써 이상하지 않은가? 운용사가 10억원으로 살 수 있는 삼전 본주는 정확히 1000주(100만원×1000주=10억원)다. 이 경우, 삼전 ETF의 수익률은 본주와 정확히 같을 수밖에 없다. 두 배의 수익률(플러스든 마이너스든)을 내려면 ‘상자’에 삼전 본주를 2000주 담아야 한다. 여기서 운용사는 일반투자자들이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마술을 부린다. 단순화해서 설명하면, 운용사는 다른 금융기관 소유의 삼전 본주 1000주를 마치 자사가 보유·운용하는 것처럼 손익에 반영하는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한다. 조건은 다음과 같다. 본주의 가격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손익은 삼전 ETF가 모두 떠안는다. 그 대신 1000주의 진짜 소유자인 금융기관에는 수수료를 지급한다. 이로써 순자산 10억원인 삼전 ETF는 20억원 상당의 삼전 본주를 운용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ETF에 ‘레버리지’라는 용어가 붙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레버리지는 투자 주체가 대출이나 파생상품 계약 등의 수단으로 ‘자기 돈(순자산)’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하는 기법이다.
이 상품의 출시 첫날, 삼성전자 본주 가격이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20% 올랐다고 치자. ETF의 ‘전체 투자금’은 20억원(순자산으로 산 본주 10억원+파생상품으로 만든 10억원어치)에서 20% 오른 24억원으로 4억원 늘어난다. 이 4억원은 순자산으로 편입되어 당초의 10억원을 14억원으로 불린다. 투자자 1인의 투자액 1000만원도 1400만원으로 늘었다. 결국 순자산 기준으로 40%의 수익률(본주의 2배)이 달성된 것이다. 순자산가치(NAV)와 시장가격 사이에 괴리가 없다고 가정하면 ETF의 거래 가격도 약 40% 오른다. 이것이 2배 레버리지다.
거래장이 마감되었다고 운용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삼전 ETF의 목표는 본주 ‘하루 수익률’의 2배다. 이를 달성하려면 전체 투자금액을 순자산의 2배(레버리지 비율, 전체 투자금액/순자산)로 맞춰야 한다. ‘내 돈’ 100원에 ‘남의 돈’ 100원을 합친 200원(전체 투자금액)으로 10%(20원)의 수익을 냈다고 상상해보자. 그 20원은 ‘내 돈’이니 ‘나’의 수익률은 20%(20원/100원)다. 그러나 ‘내 돈’ 200원에 ‘남의 돈’ 100원을 보탠 300원을 투자해서 10%(30원) 수익을 내면 ‘나’의 수익률은 15%(30원/200원)에 불과하다. 거꾸로 ‘내 돈’ 100원, ‘남의 돈’ 200원으로 10%(30원)의 수익률을 올리면, ‘나’의 수익률은 30%(30원/100원)로 치솟는다. ‘하루 수익률 2배’ 목표의 ETF가 레버리지 비율을 2배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첫날 상승의 결과를 보자. 순자산은 14억원, 전체 투자금액은 24억원으로 불었다. 레버리지 비율이 1.71배(24억원/14억원)에 불과하다. 그대로 두면 다음 날엔 ‘하루 수익률 2배’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운용사는 전체 투자금액을 28억원(순자산 14억원의 2배)으로 늘리기 위해 파생상품 계약을 4억원 더 늘린다. 이를 ‘일일 재조정’이라고 부른다. 매일 새로 확정된 순자산을 기준으로 전체 투자금을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것이다.
둘째 날, 삼전 본주 시세가 1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떨어진다. 하락률은 16.7%다. 본주는 첫날의 출발점(100만원)으로 돌아왔다. 삼전 ETF의 전체 투자금액은 28억원에서 16.7%(약 4억7000만원) 빠진 약 23억3000만원으로 축소된다. 수익과 마찬가지로 손실도 순자산의 몫이다. 순자산은 14억원에서 4억7000만원을 뺀 9억3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날 삼전 ETF의 수익률은 약 –33.3%(본주의 2배)다. 다시 일일 재조정을 하자. 둘째 날 결산에서 레버리지 비율은 2.5배(23억3000만원/9억3000만원)다. 순자산의 2배인 약 18억6000만원으로 전체 투자금액을 맞추려면 파생상품 계약을 4억7000만원어치 줄여야 한다.
이틀 동안의 실적을 보자. 삼성전자 본주는 100만원으로 시작해서 100만원으로 돌아왔다. 누적수익률은 0%다. 그러나 ETF 순자산은 10억원에서 9억3000만원으로 약 6.7% 떨어졌다. ‘하루 수익률 2배’를 맞추기 위해 전체 투자금액을 매일 기계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이다.
셋째 날, 삼전 본주 가격이 100만원에서 80만원으로 20% 떨어졌다. 삼전 ETF에 미친 결과만 보면 하루 수익률은 – 40%, 전체 투자금액은 14억9000만원으로 줄었다. 순자산도 5억6000만원으로 축소됐다. 일일 재조정을 거치면 전체 투자금액은 11억2000만원으로 다시 쪼그라든다. 삼전 ETF 투자자의 1000만원이 560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7월의 실제 시장에서도 이 구조가 손실을 키우는 모습이 나타났다. 6월30일 종가와 7월31일 종가를 비교하면 이 ETF의 1좌당 순자산가치는 50.8%, 시장가격은 48.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삼전 본주의 하락률은 21.4%였다. ETF 가격의 폭락은 본주의 하락과 ‘일일 재조정’이 순자산(과 전체 투자금액)을 깎아낸 결과였다.

‘자산화’의 함정


7월의 레버리지 ETF 급락은 이 상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본주의 하루 등락을 두 배로 반영하는 설계가 충실히 실행된 결과였다. 레버리지 ETF는 기업에 자금을 대거나 생산을 늘리는 상품이 아니다. 이 상품은 삼성전자 주가의 ‘하루 변동’이란 현상을 떼어내 ‘두 배의 손익을 받을 권리’로 ‘조직’한 ‘자산화’의 최근 사례다.
과학기술학자 킨 버치(캐나다 요크 대학)와 파비앙 무니에사(프랑스 파리 국립광업학교)는 2020년 공동 편집한 〈자산화〉에서 사물과 권리, 정보, 인간관계 등을 ‘미래 수익을 낳을 대상’으로 다시 구성하는 과정을 ‘자산화(資産化)’라고 부른다. 자산화는 어떤 대상에 숨어 있던 가치를 발굴하는 일이 아니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는 영역에서 수익의 가능성을 찾아 구획하고 수치로 만든 뒤 ‘누가 통제하고 수익을 얻을지’ 법과 계약으로 설계한다.

음식 배송 플랫폼을 생각해보자. 플랫폼은 식당이나 배달 오토바이를 소유하지 않는다. 그 대신 식당과 소비자, 배송 노동자의 ‘연결’에서 수익의 가능성을 찾아냈다. 플랫폼은 어느 음식점이 검색 화면 위에 나타나는지, 어떤 주문이 어느 노동자에게 배정되는지, 수수료와 배달료를 어떻게 나눌지 등을 통제한다. 이렇게 타인의 식당과 오토바이, 노동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수수료를 받을 ‘권리’를 ‘조직’했다. 이 권리가 플랫폼의 핵심 자산이다. 물리적 생산 없이 통제권만으로 부를 빨아들이는 현대적 의미의 지대 추출(Rent Extraction)로 볼 수도 있다.
레버리지 ETF도 마찬가지다. 자산운용사는 삼성전자 주가의 하루 변동을 떼어낸 다음 파생상품 계약과 일일 재조정을 통해 그 변동의 두 배를 받을 수도, 잃을 수도 있는 상품을 설계했다. 투자자는 설계된 계산과 계약에 따라 삼전 본주 하루 수익률의 두 배를 떠안는다. 운용사는 삼성전자 주가의 하루 변동을 거래할 수 있는 ‘권리’를 조직해 자산으로 만들어냈다.
거래소에서는 이 권리(레버리지 ETF)를 투자자끼리 사고판다. 가격이 높을 때 팔고 나간 사람은 뒤에 들어온 매수자가 낸 돈으로 이익을 확정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그 손실은 남아 있는 투자자가 부담한다. 자산운용사는 상품의 계산과 재조정을 통제하며 운용 보수를 받고, 파생상품 계약 상대방은 수수료를 받는다. 이 자산화와 관련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누가 상품을 설계하고 수익을 통제하는가. 누가 비용을 받고, 누가 증폭된 위험을 떠안는가.’
사실 금융시장에서 가격변동과 위험을 거래하는 일 자체는 새롭지 않다. 선물과 옵션, 스와프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레버리지 ETF의 새로움은 그 복잡한 계약을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포장했다는 데 있다. 전문가와 기관투자자의 영역에 있던 위험을, 일반투자자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소매화·대중화했다.
자산화는 금융상품에만 머물지 않는다. 기업도 점점 주주에게 많은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자산’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추진해온 각종 주가 부양 정책들은 기업의 가치를 점점 더 주주환원의 규모에 따라 평가하는 쪽으로 경제 전반을 재조직한다. 기업의 이익을 임금과 고용, 연구개발과 장기투자보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으로 돌리라는 압박이 커진다. 실제로 주식시장을 통해 ‘기업으로 들어가는 돈’보다 ‘기업에서 나가는 돈’이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기업의 주식 공모발행액은 13조7065억원이었던 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현금배당은 52조8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상장법인의 자사주 취득액도 지난해 11월 말 현재 20조원에 이른다.

이 흐름의 밑바닥엔 노동과 저축만으로 주거와 노후, 계층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깔려 있다. 집값과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도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회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에 가깝다. 지금 시급한 정책은 자산화라는 흐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위험한 금융상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팔 수 있는지 따지고, 기업의 이익이 노동과 고용, 장기투자로 흘러가게 해야 한다. 자산을 갖지 못하거나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삶과 미래를 잃지 않도록 임금과 공적연금, 주거와 의료를 강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산화는 ‘위험의 대중화’로 귀결될 것이다.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미래가 막막한 사회에서 시민들은 ‘더 큰 가격변동’의 매입에 점점 매료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