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국내 돌봄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내국인 인력만으로는 현장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 인력 유입·양성을 위해 2025년부터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 시범 사업을 도입했다. 현재 전국 21개 대학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2년의 전공 과정을 통해 유학생의 자격 취득을 지원하고, 지역 내 취업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 투입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요양보호사로서 필요한 실무 역량을 갖추는 것은 물론, 언어·문화적 차이로 인한 어려움도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당사자인 유학생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춘해보건대학교 글로벌케어학과 2학년 푸르니마(37·스리랑카)씨와 경인여자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요양보호사 과정 1학년 A씨(20대·중앙아시아 국가)에게 실제 경험과 제도를 향한 생각을 들어봤다.
외국인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는 이유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에서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푸르니마씨: 이론부터 실무까지 폭넓게 배우고 있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한국어 능력 향상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실습은 2학년 1학기 방학에 대학의 지원을 받아 진행했다. 주로 요양원과 복지관 등 전공 관련 기관에 배치되며, 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약 한 달간 160시간의 실습을 마쳤다. 아이돌봄 업무와 번역·통역 업무를 경험했고, 스리랑카에서 온 사람들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정보를 전달하는 통번역도 맡았다.
A씨: 수업은 이론 강의, 조별 토론, 실습 등으로 진행된다. 질환별 돌봄 방법, 복약 관리, 응급 상황 대처 등을 배우고, 인지 능력이나 기억력에 어려움이 있는 어르신과 소통하는 방법 등 현장에서 필요한 의사소통법도 익힌다. 한국어능력시험 대비 수업도 진행한다.
-외국인 학생에게 이 전공 과정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푸르니마씨: 개인적으로는 한때 중단했던 학업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우리 과에는 아이를 키우며 가정을 책임지는 학생들이 많은데, 외국에서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다행히 학교에서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고 있다. 매 학기 공모전 참여 기회와 장학 혜택으로 등록금 부담을 덜어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또한 요양보호사 외에 다양한 자격증 취득도 지원해, 나 역시 의료통역 자격증을 취득했다.
A씨: 한국과 모국의 돌봄 문화가 다르다는 점에서 한국의 요양·돌봄 체계를 직접 배우고 비교해 볼 수 있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 모국에서는 연로한 부모를 자녀가 직접 돌보는 경우가 많고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흔하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가족의 돌봄을 보완하는 요양·복지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이런 차이를 공부하면서 어르신 돌봄을 가족의 책임만으로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식의 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어로 전문 용어 익히기 어려워”
-한국에서 요양보호사에 도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푸르니마씨: 모국어로 공부해도 어려운 전문 용어를 외국어인 한국어로 공부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처음에는 불안감 때문에 적응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습 과정에서도 한국어로 실습 일지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A씨: 역시 가장 큰 어려움은 언어다. 입국 전후로 한국어를 공부했지만, 일상어와 다른 전문용어를 익히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은행 계좌 개설이나 통신 가입 등 처음 마주하는 행정 절차를 이해하는 과정 역시 초기 적응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제도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나?
푸르니마씨: 의료·돌봄 분야의 전문용어를 익힐 수 있는 실무 한국어 교육이 마련되면 좋겠다. 아울러 졸업 후 비자 변경이나 취업 연계 과정에서 겪는 행정적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취업 비자 지원 정책과 현장 안착 프로그램이 좀 더 세심하게 보완되기를 바란다.
A씨: 유학생이 한국에 오기 전에 학업 과정뿐 아니라 입국 후 겪을 생활상의 어려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해 주면 좋겠다. 나는 유학원을 통해 정보를 안내받았지만, 기본적인 정보도 제공받지 못해 한국에 온 뒤 혼란을 겪은 동기도 있었다. 교육기관 차원에서 한국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미리 안내한다면 초기 적응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도 실효성 높이려면… 자격시험·근무 환경 개선해야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춘해보건대 글로벌케어과 박금녀 학과장은 “유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학업에만 매달리기 어렵고, 한국어를 익히는 것만 해도 2년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료·복지 전문용어까지 익혀야 하는데 한국인과 똑같은 수준의 시험까지 통과해야 한다면 자격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려면 시험 제도 역시 현실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의 근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 박 학과장은 “높은 업무 강도 때문에 요양보호사는 한국인도 기피하는 직종이 됐다”며 “근무 환경 개선은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인력 확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