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기 ‘SNS 정치’
이재명 대통령이 설 연휴 직전 다주택자 대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20일엔 구체적인 규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다주택자 대출 규제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날 ‘다주택자 대출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관련 규제를 포함한 종합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20일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며 “신규 다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내용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대환 현황과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등록 임대사업자의 대출 만기 연장 시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재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RTI는 임대소득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지표다.
그러나 이날 이 대통령은 “왜 RTI 규제만 검토하나. 대출 만기 이후의 연장이나 대환도 본질적으로 신규 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밝히며 규제 범위를 넓히는 발언을 내놨다. 임대사업자 중심이던 규제 논의가 전체 다주택자를 겨냥한 전방위 규제 압박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현재 다주택자 대출을 크게 2주택 이상 개인과 임대사업자로 나눠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이 주택 구매에 활용해온 대출 만기 연장과 대환 대출을 죄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대출 만기를 30년 이상 장기로 체결한 주담대는 은행법상 중도 회수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단기성 대출 비중이 큰 임대사업자가 규제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주거용 임대사업자 대출 잔액은 약 15조원이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만 11조~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과 상호금융권을 포함하면 재심사 대상은 15조~2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통상 3년 설정 후 1년 단위로 갱신되는 구조로, 분할상환이 아닌 경우가 많아 만기 단계에서 통제가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임대사업자의 경우 RTI를 엄격히 재적용하거나, 연장 시 대출 규모를 줄이는 방식 등 다양한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주 금융권과 구체적인 실행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다만 전세시장과 세입자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일괄 규제보다는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보유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핀셋 규제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실제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2024년 기준 서울 장기 매입 민간임대주택 27만8886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15.7%에 그치고, 84.3%는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다. 다주택자 대출 규제로 매물이 늘더라도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은 비아파트 중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