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부과했던 ‘상호 관세’가 무효라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별로 차이를 두고 부과한 상호 관세가 위법으로 인정된 것은 경제엔 청신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5%의 글로벌 관세를 예고한 데다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은 리스크다.
2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미국 관세 정책의 관전 포인트는 우리 수출 전선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은 미국과 관세 협의를 하면서 기존 25%였던 상호 관세를 작년 11월부터 15%로 낮췄다. 하지만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면서 관세율을 25%로 높이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처럼 15%의 글로벌 관세가 부과되면 외견상으론 관세율이 낮아진다.
문제는 품목별 관세다. 미 연방대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건 상호 관세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주력 수출제품은 품목별 관세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상호 관세가 사라진다고 해도 수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 없어졌다고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 사이에선 품목별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전날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주요 1급과 소관 국장, 과장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구 부총리는 “미국 내 동향과 주요국 대응 상황을 철저히 파악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는 오는 23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국내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민·관 합동 대책 회의를 열 방침이다.
시장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으로 약속했던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주목하고 있다. 상호 관세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으니 대미 투자 합의도 무효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현재로선 기존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대미 투자를 약속한 다른 국가들은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 먼저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5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합의대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한편 관세 환급 역시 숙제로 떠올랐다. 관세 납부자가 환급을 요구할 수 있게 됐지만,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세부 환급 절차를 마련하는 데까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향후 구체적인 환급 절차, 방법 등에 대해 미국 CBP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면서 “관련 동향을 신속히 파악해 우리 수출 기업에 실시간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