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어난 ‘라돈 침대 사태’로 피해를 본 소비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해줘야 하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제조사인 대진침대가 관련 법 규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3일 대진침대가 생활방사선법 15조 3호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라돈 침대 사태는 2018년 6월 대진침대가 제작한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다량 검출되면서 불거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고, 폐암 발병 원인 중 하나로 추정한다. 대진침대가 매트리스에서 음이온을 발생시키기 위해 입힌 모나자이트 분말에서 라돈이 방출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진침대 제품의 방사선 피폭 선량이 기준치를 최대 9.3배를 넘었다며 매트리스 7종을 수거하라는 명령 등을 내렸다. 대진침대가 제조한 매트리스를 사용한 소비자들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집단 손해배상 소송은 10건 정도 제기됐다.
2009~2017년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구매한 A씨 등 1717명은 2023년 12월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매트리스로 인해 원고 등의 신체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건강 상태에 이상이 초래되는 등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2심은 2024년 12월 대진침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대진침대는 위험성에 관한 아무런 검토 없이 모나자이트를 사용해 매트리스를 제조했고, 음이온이라는 막연한 효능을 강조하면서 판매했다”며 “수많은 소비자가 수년간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방사능에 피폭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대진침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고 등은 장기간 자신의 의사에 반해 생활방사선법 및 생활방사선 안전관리규정이 정한 가공제품의 안전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선 피폭을 당했다”며 “대진침대는 원고 등에게 매트리스 가격 상당의 손해에 더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까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원고들은 매트리스 가격과 위자료를 합해 100만~200만원 정도를 받게 됐다.
대진침대는 1심 재판 진행 중 생활방사선법 15조 3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기각하자 2024년 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재판이 정지된다. 향후 재판이 재개돼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배상금 지급 시점을 늦출 수 있다.
생활방사선법 15조 3호는 “가공제품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에 의해 사람이 피폭하는 양이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준을 초과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이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게 대진침대 측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헌재는 “(방사선 피폭량 안전 기준은) 의학 및 원자력 공학 등 지식이 필요한 전문적·기술적 사항에 해당하고, 과학적 지식은 방사선 방호 목적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탄력적인 판단과 규율이 필요하다”며 “안전 기준을 원안위의 고시에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