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공식 추산 2500명 서초사옥 집결… “박학규·정현호 사퇴하라”
임협 타결·자사주 지급 끝났는데 재교섭 요구… 적법성도 논란
강남역~서초사옥 가두행진… 상인 “시민에 피해 주는 집회 동의 못해”


2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부문 직원이 주축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 조합원들이 검은 옷을 맞춰 입고 사옥 앞 도로 약 160m를 채웠다. 이날 집회 무대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과 함께 ‘이재용 회장님, DX 직원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라는 문구가 걸렸다. 한쪽에는 ‘고(故) 삼성전자 DX 부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조화도 놓였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참석자는 경찰 비공식 추산 2500명(주최 측 추산 3500명)이다.
집회 현장에서는 박학규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장(사장)과 정현호 회장 보좌역(부회장)을 겨냥한 구호가 이어졌다. 조합원들은 “박학규·정현호는 사퇴하라”, “경영실패 책임져라”, “인원감축 중단하라”고 외쳤다. 검은색 피켓에는 ‘직원은 권고사직, 임원은 호의호식’이라고 적혔다. ‘경영은 무능! 책임은 인원 감축!’이라고 쓰인 현수막도 걸렸다. “역대판매 역대적자 설명해라”는 구호도 나왔다.

이번 집회를 두고 명분과 방식 모두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임금협상을 이미 마쳤고 합의에 따라 임금 6.2% 인상과 복리후생 확대, DX부문 등에 대한 1인당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도 시행했다.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73.7%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동행노조가 교섭대표노조를 상대로 낸 임금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지난 6월 법원에서 각하·기각됐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을 사실상 다시 열어달라며 대규모 거리 집회를 벌인 것을 두고 ‘뒷북집회’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행노조는 DX부문이 DS(반도체)부문보다 보상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한다. 과거 DX의 전사 기여분이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이상의 가치에 상응한다며 합리적 평가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26년 임금교섭 재논의와 향후 전사 공통 성과재원 마련도 요구사항이다. 또 인공지능 전환(AX) 과정에서 업무별 절감 시간을 인력 규모로 환산하는 방식이 인원 감축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집회의 적법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동행노조는 노동위원회 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쟁의권 확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노조는 조합원들이 연차와 사내 휴무 제도인 ‘디데이(D-DAY)’를 자발적으로 사용해 참석한 만큼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 주도로 다수 직원이 근무 시간에 동시에 업무에서 이탈했다면 실질적인 집단 노무 제공 거부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체결된 임금협약의 효력이 유지되는 기간이라는 점에서 추가 임금·보상 요구를 위한 집단행동이 평화의무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후 4시부터 조합원들은 강남역과 서초사옥 일대를 행진했다. 금요일 퇴근 시간을 앞두고 일부 차로가 통제되면서 주변 차량 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서초사옥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47)씨는 “일반적인 근로자보다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이렇게 시민과 주변 상인,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소음을 내 집회를 하는 건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