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내란 1심 "수첩 형상·내용 등 조악"
계엄 모의 시기·동기 등 여전히 미궁에
'北 도발 유도' 외환죄 규명에도 부담
입 다문 노상원... 증거 보강이 핵심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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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법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1심 선고에서 '노상원 수첩'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면서,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 수사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수첩 그 자체가 2차 특검 수사대상인 데다, 재판부가 '공백'으로 남겨둔 12·3 불법 계엄의 동기와 모의 시점 등 실체적 진실의 단서를 대거 담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2차 특검의 17개 수사대상 가운데 계엄 관련 사건은 총 7가지다. 이 가운데는 △국회 해산 △비상입법기구 창설 등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기재 내용 일체가 수사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북방한계선(NLL)에서의 무장헬기 위협 비행 등 북한과의 무력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도 2차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인데, 역시 수첩에 적힌 내용이 발단이 됐다. 2차 특검은 이번 주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현판식을 열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
문제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 재판부가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수첩에 대해 "작성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고, 일부 내용들은 실제 이뤄진 사실과 불일치한다"고 했다. 또 조악한 수첩의 모양, 형상, 필기 형태, 내용과 노 전 사령관 모친 주거지 책상 위라는 압수 장소도 중요한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내란특검은 수첩을 핵심 증거로 제출했다. 2023년 10월 이전으로 계엄 준비 시기를 특정한 것도 수첩 내용을 통해서였다. 수첩 내 '시기 총선 전, 총선 후'와 같은 문구나 여인형·박안수 등 장성 인사 계획이 2023년 10~11월 실제 이뤄졌다는 점 등이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일거에 제거하고 권력을 독점·유지하기 위해서"라는 계엄 동기도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세력 붕괴' '행사 후, 국회, 정치개혁, 민심관리 1년 정도, 헌법개정(재선~3선)' 등의 수첩 내용을 근거로 했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은 수사 기관과 법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단순 아이디어 메모를 기재한 것뿐"이라고 부인했다. 수첩이나 메모의 증거능력이 인정되려면 작성자 진술이나 증언으로 내용의 신빙성이 증명돼야 한다. 노 전 사령관이 인정하거나, 다른 뒷받침 증거들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2차 특검이 수첩 관련 새 증거와 진술을 확보하느냐가 향후 수사에 관건인 셈이다.

노상원 수첩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을 이끌어낸 '안종법 수첩'과도 비교돼 왔다.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빼곡히 기록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은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의 국정 개입 정황이 담긴 핵심 단서였다. 물론 증거능력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재판마다, 심급마다 제각각이었다. 이후 2019년 대법원은 수첩 내용 중 '안 전 수석이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아 적은 내용'에 한해 증거능력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