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시에 UFS 기간·규모 절반 축소
北, 호응 대신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
핵보유국 인정 없인 대화 응할지 미지수
정부, '韓 패싱' 우려보다 대화 재개 방점한미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21일 종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연합연습 도중 기간과 규모가 모두 축소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러한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유화적 제스처에도 북한은 전날 보란 듯이 탄도미사일을 무더기로 발사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중지가 동시에 이뤄진 '쌍중단'조차 사라진 것이다. 갑작스럽게 조성된 북미 대화 국면을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는 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대목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 등에 따르면 UFS는 이날 오후 종료됐다. UFS 연습은 통상 북한 공격 상황을 상정한 방어연습(1부)과 한미의 공세적 반격을 연습하는 반격연습(2부)으로 구성된다. 당초 한미는 이날까지 방어연습을 마치고 27일까지 반격연습을 실시할 예정이었지만, 훈련이 반 토막 나면서 반격연습은 전면 취소됐다. 연습 기간 중 야외기동훈련(FTX)도 당초 계획한 14건 중 7건만 실시됐다. 군 관계자는 "조정된 FTX에 대해선 실전적인 훈련이 될 수 있도록 한미가 긴밀히 협의해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습 축소에도 미사일 발사…핵보유국 인정이 조건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는 북미 대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다. 그간 북한은 한미 연합연습을 '전쟁 연습'이라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축소를 지시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하고 올해 안에 만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북한은 전날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0여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훈련 축소만으로 북미 대화에 응하지는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트럼프 1기 때는 남북관계도 회복됐고 중국이 나서서 쌍중단을 설득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오히려 미국이 북한과 비핵화가 아닌 군축 협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현상 타파 기회"라지만 통미봉남 강화 우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축소 지시를 '통 큰 결단'으로 평가하며 북미 대화 재개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억지로라도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현 상황에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비핵화' 목표가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이 상황(북핵 고도화)을 멈추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를 멈춰야 후진할 수 있다"며 "현상 유지보다 현상 타파의 기회"라고 반박했다. '핵 없는 한반도'를 장기적인 최종 목표로 유지하되, 북한을 대화에 끌어내기 위해 '비핵화' 카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북미 대화 국면이 조성될 경우 한국 패싱 우려도 적잖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서울이 가긍한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고 원색적인 비방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고선 "안팎이 다른 이중적 언행은 한국의 불안 초조한 모순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청와대는 "우리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비방적 언사는 상호 신뢰를 쌓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북측은 불필요한 비방을 멈추고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상호 존중에 기초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