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란 치아에 구멍이 생기거나 색이 검게 변하는 질병입니다. 사람의 입안에는 700종이 넘는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이 세균들은 치아 사이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를 먹으며 젖산(C₃H₆O₃)과 같은 산성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산은 물에 녹으면 수소 이온(H⁺)을 내놓는 물질입니다. 용액 속 수소 이온이 얼마나 들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pH가 7보다 낮으면 산으로 분류합니다. 산에는 다른 물질을 조금씩 녹이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치아의 가장 바깥을 감싸는 희고 단단한 법랑질을 서서히 녹일 수 있습니다. 법랑질이 녹으면 세균이 치아 안쪽까지 더 쉽게 침투합니다. 그래서 충치가 생기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사람들은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음식을 먹은 뒤 양치질합니다. 양치질할 때 사용하는 치약에는 물에 녹으면 수산화 이온(OH⁻)을 내놓는 염기성 물질이 들어 있습니다. 염기는 pH가 7보다 높은 물질입니다.
피부에 닿으면 미끈거리고 혀에 닿으면 쓴맛이 납니다. 치약에는 염기성인 탄산수소나트륨(NaHCO₃)이 들어 있습니다. 탄산수소나트륨의 pH는 8~9 정도로 약한 염기성을 띱니다.
양치질하면 입안에 있던 젖산과 치약 속 탄산수소나트륨이 반응해 물(H₂O)과 이산화탄소(CO₂), 그리고 젖산 나트륨염(C₃H₅NaO₃)이 만들어집니다. 이처럼 산과 염기가 반응해 물과 염 등을 만드는 반응을 ‘중화 반응’이라고 합니다. 중화 반응이 일어나면 산성이던 입안은 점점 중성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갑니다.
중성이란 산과 염기가 비슷한 양으로 섞여 균형을 이룬 상태입니다. 사람의 입안은 이때 치아가 가장 덜 상하는 환경이 됩니다. 여기에 더해 칫솔질은 치아에 붙은 음식 찌꺼기와 세균을 직접 제거하는 역할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먹은 뒤에 반드시 양치질해야 합니다.
● 손상된 치아 복원하는 젤 개발
치아의 가장 바깥쪽은 법랑질로 덮여 있습니다. 법랑질은 칼슘과 인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충치나 이갈이, 강한 칫솔질 등으로 조금씩 녹거나 떼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랑질은 한 번 닳으면 스스로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랑질이 손상된 사람들은 치아의 겉면에 인공 틀을 씌우는 크라운이나 떼어진 부위를 메우는 레진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치아의 겉모습은 비슷하게 만들지만 기능까지 되살리진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2025년 11월 4일, 영국 노팅엄대 외 국제 연구팀은 법랑질의 기능과 단단함까지 복원할 수 있는 젤을 만들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습니다.
이 젤을 손상된 치아 표면에 바르면 젤이 치아 표면의 아주 작은 틈으로 스며들어 법랑질이 다시 자라게 만드는 원리입니다. 연구팀은 유아기에 법랑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 젤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유아기에는 치아에서 ‘아멜로제닌’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집니다. 이 단백질은 치아 표면에 가는 단백질 실이 여러 겹 얽힌 그물 구조를 만듭니다. 그 위에 칼슘과 인이 쌓이면서 단단한 법랑질이 완성됩니다.
그런데 유아기가 지나면 아멜로제닌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아멜로제닌의 기능을 흉내 낸 인공 단백질을 개발했습니다. 이 인공 단백질에 칼슘 이온을 넣고 말리자 인공 단백질은 치아 위에 그물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 구조는 침 속에 있는 칼슘과 인을 끌어당겨 유아기 때처럼 법랑질이 자라도록 돕습니다.
연구팀이 인공 단백질이 들어 있는 젤을 법랑질이 닳은 치아에 얇게 발랐습니다. 그 결과 치아 표면에 그물 구조가 생겼고 그 위에서 칼슘과 인이 새롭게 쌓이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젤을 바른 뒤 치아는 전보다 더 단단해졌습니다. 또한 연구팀이 치아를 전동 칫솔로 60분 동안 강하게 문질러도 법랑질의 그물 구조가 거의 망가지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이 젤은 법랑질이 손상돼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