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에서 대변을 약으로 썼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고대 그리스·로마 의학서에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치료법의 물증이 드디어 발견된 것이다. 터키 시바스 쿰후리예트대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로마 시대 유리 약병에 남은 잔류물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월 9일 국제학술지 ‘고고학 저널 보고서’에 발표했다.
대변이 발견된 건 2세기경에 쓰인 유리병이다. 터키 베르가마 박물관 수납고에 보관 중이던 이 병속의 딱딱한 찌꺼기를 연구팀이 긁어내 분석한 결과 특수 분자인 ‘코프로스타놀’이 다량 검출됐다.
코프로스타놀은 장내 미생물이 콜레스테롤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데 포유류의 장 내부에서만 만들어진다. 약병 속에 담겨 있던 물질의 정체가 바로 사람의 대변이라는 뜻이다.
병 안에서는 허브의 일종인 ‘타임’ 오일 성분도 함께 발견됐다. 연구팀은 당시 의사들이 환자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대변의 지독한 냄새를 가리기 위해 강한 향의 허브를 섞어 처방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유물이 발견된 곳이 당대 최고의 의사였던 갈레노스의 고향이라는 사실이다. 그의 기록 속 처방들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쓰였다는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고대와 현대 의학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오늘날에도 장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한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대변 미생물 이식술(FMT)’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고대의 처방이 현대의 첨단 치료법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앞으로도 고대 유물 속에 숨겨진 화학적 단서들이 인류 의학사의 잃어버린 조각들을 채워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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