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잡초 중 하나인 까마중의 유전자를 교정해 의약품의 호르몬제 원료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KAIST는 김상규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박순주 경상국립대 교수팀과 함께 까마중의 대사 경로를 재설계해 소염·면역 조절 치료제인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피임약과 호르몬 치료제 등의 필수 원료인 '디오스게닌'을 고효율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랜트 바이오테크놀로지 저널'에 공개됐다.
디오스게닌은 다양한 현대 스테로이드 의약품의 기초 물질로 활용된다. 주로 마 뿌리에서 추출하지만 마는 수확까지 수년이 소요되고 유전자 조작이 까다로워 생산량을 늘리기 어렵다.
연구팀은 한 세대가 3개월로 짧고 유전자 조절이 쉬운 까마중에 주목했다. 까마중(학명 Solanum nigrum)은 검은 열매가 까마귀 눈을 닮아 이름지어진 잡초다. 까마중이 만드는 독성 스테로이드인 솔라소딘이 디오스게닌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 기술을 활용해 까마중의 'SnGAME4' 유전자를 교정했다. 솔라소딘 대신 디오스게닌이 생성되도록 대사 경로를 전환한 것이다. 잎 조직의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 'SnGAME25'를 추가로 억제해 열매, 잎에서 디오스게닌 축적량을 극대화했다.
까마중에 있는 효소인 베타-글루코시다아제를 활용해 스테로이드 성분을 추출이 용이한 형태로 전환하는 자연 발효 공정을 접목하고 경상국립대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개체당 열매 생산량도 향상시켰다.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잡초의 고유한 대사 경로를 정교하게 재설계해 고부가가치 약용 성분을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향후 스테로이드 의약품 원료를 보다 안정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11/pbi.70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