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오마르 야기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화학과 교수가 연구성과를 토대로 공기에서 식수를 생산하는 장치를 개발하고 실제로 자연재해를 겪은 물 부족 지역에 도입한다.
영국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야기 교수가 설립한 기업 아토코(Atoco)의 식수 생산 장비에 대해 소개했다.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 장비에서 저전력으로 깨끗한 물을 하루 최대 1000리터까지 생산한다. 가뭄 등 자연 재해로 전기와 수원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지역 주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다.
2024년 여름과 2025년 가을 카리브해를 강타한 초강력 허리케인 '베릴'과 '멜리사'로 지역 주민 수천 명이 물 부족 상태에 내몰렸다.
야기 교수는 "극한 기상 현상에 취약한 소규모 섬나라들의 물 공급 체계 회복탄력성 강화가 시급하다"며 "이번 발명이 가뭄에 취약한 카리브해 섬들에 도움을 주고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된 식수 생산 장비는 해수 담수화 등 다른 식수 생산 방식보다 기후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해수 담수화는 농축된 염분이 다시 바다로 방류될 때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베릴로 큰 피해를 입은 카리브해 국가 그레나다에서는 야기 교수의 발명품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저전력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중앙 전력 연결 없이 독립적으로 설치해 비싼 물 수입을 줄이고 분산형 물 공급 인프라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핵심은 수상 내용인 금속-유기 골격체(MOF)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결합해 형성한 다공성 결정 구조로 크기가 작지만 표면적이 매우 큰 물질이다. 스펀지처럼 속이 빈 구조지만 매우 안정적이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거나 물을 수집하는 데 용이하다.
야기 교수는 MOF로 매우 건조한 사막에서도 대기 중 수분을 식수로 만드는 장치를 개발해 상용화 수준까지 발전시켰다. 수상 당시 노벨위원회는 MOF가 원자, 분자의 결합 방식을 근본적으로 확장해 인류가 원하는 성질의 물질을 '설계'할 수 있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요르단 암만에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난민 가정 출신 야기 교수는 식수와 전기가 충분치 않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지난해 수상 이후 "일주일에 두어 시간만 쓸 수 있는 물을 얻으려고 새벽에 일어나야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야기 교수는 "기후 문제에 있어 집단적 행동을 취할 시기는 이미 도래했다"며 "과학적 근거는 이미 제시됐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대한 과제에 걸맞은 용기"라고 밝혔다.
야기 교수는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한 스스무 키타가와 일본 교토대 교수와 함께 고려대 KU-KIST융합대학원 석좌교수로 합류한다. 고려대 연구진과의 공동연구 및 연구 전략 자문,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 육성에 기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