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안에서 관측된 별 중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별이 발견됐다. 우리은하 중심의 초대질량블랙홀 '궁수자리 A*' 주변을 8.7년 주기로 공전하며 최고 속도는 초속 약 2만5000km로 광속의 약 8%에 이른다. 발견된 별을 분석하면 블랙홀의 회전 운동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돼 천문학자들의 관심이 쏠린다.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MPE) 등이 참여한 '그래비티+(GRAVITY+)' 국제공동연구팀은 궁수자리 A* 블랙홀을 역대 가장 가까이서, 가장 빠르게 도는 별 'S301'을 발견하고 블랙홀의 회전을 정확히 측정할 단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블랙홀의 주요 물리량은 질량과 회전(스핀)이다. 궁수자리 A*의 질량은 태양의 약 430만배로 잘 알려져 있지만 스핀을 직접 측정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시공간을 비틀어 주변 별의 궤도에 영향을 미친다. 블랙홀에 가까이, 빠르게 회전하는 천체일수록 이 효과는 크다. 미세한 궤도 변화를 측정하면 블랙홀의 회전 방향과 속도를 알아낼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그동안 궁수자리 A* 블랙홀의 스핀을 알아내기 위해 궁수자리 A*를 약 16년에 한 번 공전하는 별 'S2'에 주목해 왔다. 하지만 현재 구축된 장비로 블랙홀의 스핀을 정확히 측정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 관측해야 해 S2보다 훨씬 가까이에서 궁수자리 A*를 스쳐 지나가는 별을 탐색하는 시도가 병행됐다.
공동연구팀은 칠레에 설치된 유럽남방천문대(ESO) 초거대망원경간섭계(VLTI)의 그래비티 장비 관측을 통해 궁수자리 A*를 촬영하다가 2023년 봄에 S301을 발견했다. 간섭계는 여러 대의 망원경으로 받은 빛을 결합해 사실상 훨씬 큰 하나의 망원경처럼 사용하는 관측 기술이다. 그래비티는 직경 8m 크기의 망원경 4대에서 들어오는 빛을 결합한다.
이후 S301을 집중적으로 관측하고 과거 관측자료에서도 S301을 식별해 8년에 걸친 위치 측정값 19개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S301의 특성을 정밀 분석했다.
분석 결과 S301은 혜성처럼 매우 길쭉한 궤도로 궁수자리 A* 주변을 약 8.7년 주기로 공전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 별 가운데 공전 주기가 가장 짧다. S301과 블랙홀 사이의 최근접 거리는 태양과 지구 사이 거리의 약 12배에 불과하다.
블랙홀에 가까워질 때 S301의 최고 속도는 초속 약 2만5000km를 기록했다. 빛의 속도의 약 8%에 이른다. S301은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현재 궤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한 블랙홀 주변에서는 새로운 별이 탄생하기 어렵다. S301의 궤도 특성 등을 종합하면 S301이 원래 쌍성계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제시된다. 궁수자리 A*의 강한 중력의 영향으로 쌍성이 찢어지면서 S301은 블랙홀의 중력에 붙잡히고 동반성은 매우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을 것이라는 '힐스 메커니즘'이 유력 시나리오다.
궁수자리 A*와 매우 가까운 S301은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 왜곡으로 인한 궤도 변화 효과를 포착하는 고성능 천연 탐침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의 스핀과 우리은하 진화사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그래비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그래비티+와 앞으로 건설될 ESO 극대망원경(ELT)을 이용해 S301의 다음 블랙홀 최근접 통과 시점인 2031년까지 관측을 이어가면 10년 안에 궁수자리 A*의 스핀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586-026-10894-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