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에서 인간 세포를 배양해 3차원으로 뇌 조직을 구현한 ‘뇌 오가노이드’를 보고된 것 중 가장 긴 5년간 배양한 결과 시간 경과에 따라 뇌가 성숙하는 분자 수준의 변화가 포착됐다. 특히 성숙한 뇌는 시간의 흐름을 기억한다는 점도 확인됐다.
파올라 아를로타 미국 하버드대 줄기세포·재생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장기간 관찰해 분자 수준의 변화를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인간의 뇌는 완전히 성숙하는 데 약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오가노이드는 대부분 수개월간 배양하는 데 그친다. 뇌 오가노이드로는 태아의 초기에서 중기 단계의 뇌만 모사할 수 있다. 뇌 오가노이드 내부 신경세포(뉴런)의 조기 소실과 조직 괴사 등의 영향 때문이다. 뇌 오가노이드를 수년간 배양할 수 있다면 뇌가 성숙해지는 과정을 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배양한 지 얼마 안 된 ‘어린’ 신경 전구세포(신경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 세포)와 장기간 배양한 ‘성숙한’ 신경 전구세포를 하나의 오가노이드에 혼합한 ‘키메라 오가노이드’를 제작했다. 키메라는 여러 동물의 특징이 한 몸에 섞인 그리스 신화 속 괴물에서 유래한 용어다. 과학계에서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세포들이 하나의 개체 안에 섞여 있을 때 키메라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연구팀은 배양 시기와 발달 단계가 다른 두 세포군을 한데 모아 키메라 오가노이드를 구성했다.
키메라 오가노이드 제작 결과 성숙한 전구세포들은 어린 전구세포들이 있는 초기 배양 환경에서도 초기 발달 단계를 건너뛰고 통상 2개월이 걸리는 성숙한 신경세포를 단 2주만에 만들어냈다. 성숙한 전구세포가 발달 과정에 대해 기억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성숙한 전구세포와 달리 어린 전구세포는 초기 신경세포부터 순차적으로 형성됐다.
연구팀은 신경세포 생존과 성장을 돕는 단백질인 ‘신경영양인자’를 지속 공급하고 신경세포 내 활성산소 축적과 신경 독성 발생을 완화하며 산소와 영양분이 보다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만드는 등의 방법을 동원해 뇌 오가노이드 배양 조건을 최적화하고 5년 배양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장기 배양된 뇌 오가노이드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해 출생 직전 태아 및 영아기 인간의 뇌세포와 유사한 수준의 성숙도를 보인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양한 유형의 신경세포를 형성하고 신경세포 간 신호를 주고받는 연결 구조는 더욱 정교하게 발달했다. 태아 수준을 넘어 출생 후 뇌 단계까지 재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수년간 배양한 미니 뇌로 사람의 뇌 발달 단계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성숙한 뇌세포의 특성을 파악하거나 성숙한 뇌에서 발생하는 뇌질환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