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암세포처럼 한번 비정상적인 상태로 변한 세포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핵심 분자 회로가 규명됐다. 분자 회로를 제어해 세포를 변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도 제시돼 향후 암과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으로 굳어진 세포를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KAIST는 조광현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팀이 세포를 변화된 상태에 붙잡아 두는 핵심 원리를 규명하고 세포를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루트(ROOT)'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18일 게재됐다.
세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해 성질과 기능을 변화시킨다. 자극이 사라지면 다시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세포가 있는가 하면 자극이 사라져도 변화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는 '비가역성'이 있는 세포도 존재한다.
비가역성은 세포가 특정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하는 과정 등에 관여해 정상적인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질이다. 그러나 암의 악성화와 전이 등 다양한 질환의 진행을 촉진하기도 한다.
세포가 변화된 상태를 유지하는 데는 '양성 되먹임 회로'가 관여한다. 한 분자가 다른 분자를 활성화하고, 그 분자가 다시 처음 분자를 활성화하는 복잡한 구조다. 처음에는 외부 자극으로 시작된 변화라도 세포 안 분자들이 서로를 계속 활성화하면 자극이 사라져도 상태가 유지된다.
세포 내에는 수천개 이상의 양성 되먹임 회로가 존재한다. 지금까지 여러 회로 중 어떤 회로가 세포를 비가역 상태로 만드는지 규명하지 못했다. 변화된 상태를 되돌리거나 제어하는 방법도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비가역성을 일으키는 회로를 찾는 '루트' 기술을 개발했다.
루트는 세포 안 분자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컴퓨터 논리 모델로 구현하고 외부 자극이 들어왔다 사라지는 전 과정을 모사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회로 가운데 세포를 변화된 상태에 붙잡아 두는 최소한의 핵심 회로인 '비가역성 커널'을 찾아낸다.
연구팀은 비가역성 커널을 이용해 세포 상태를 복원하는 두 가지 제어 방법인 '리셋 제어'와 '역전 제어'를 제시했다.
리셋 제어는 세포의 비가역성 자체는 그대로 두고 현재의 세포만 변화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다. 역전 제어는 비가역성을 만드는 원인 자체를 제거해 세포가 자유롭게 서로 다른 상태 사이를 오가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루트 기술을 면역세포인 'B세포' 분화와 암 '상피-간엽 전이' 등 다양한 생물학적 모델에 적용했다. 단일세포 전사체 데이터를 이용해 구축한 장상피세포와 베타세포 분화 네트워크에도 적용했다.
실험 결과 세포의 상태·분화를 결정하는 주요 인자와 일치하는 핵심 회로를 찾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실제 실험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축한 분자 네트워크에서도 세포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제어 방법을 제시했다.
조광현 교수는 "루트 기술은 향후 암이나 노화 등에서 비정상적인 상태로 고착된 세포를 제거하는 기존 접근에서 나아가 세포의 분자 회로를 제어해 정상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doi.org/10.1073/pnas.260080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