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3차원 메모리와 2나노 배선 고집적 소자 적용 가능"
차세대 반도체의 극미세 배선 소재로 주목받는 루테늄(Ru) 결정 방향을 정밀하게 정렬해 배선의 전기저항을 낮추는 방법이 개발됐다. 극미량의 탄소를 넣었다가 제거하면서 원자들의 정렬을 돕는 원리다. 개발된 기술을 실제 미세 배선에 적용하자 전기저항이 45% 감소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조용륜 중앙기기연구소 첨단분석센터 박사후연구원이 삼성전자 SAIT(구 산성종합기술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과 함께 미량의 탄소를 일시적인 촉진제로 활용해 기판 위에 루테늄 결정을 정렬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8월 13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공개됐다.
반도체 칩에는 트랜지스터 소자를 연결해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미세한 금속 배선이 촘촘히 배열된다. 배선 폭이 수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수준으로 좁아지면서 기존 구리(Cu) 소재를 대체할 소재로 전기전도성과 열·화학적 안정성이 우수한 루테늄이 주목받는다.
금속 덩어리는 보통 같은 방향으로 원자가 배열된 작은 결정 단위체인 '결정립'이 모인 다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루테늄을 얇은 박막으로 만들 때 결정립들이 서로 맞닿는 경계인 결정립계가 많으면 전자가 산란하면서 전기저항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결정립 하나를 크게 성장시켜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결정립계를 줄이고 각 결정립의 방향이 같은 방향으로 정렬되도록 해 저항을 줄이는 것이 루테늄 배선 기술의 주요 과제다.
기존에는 결정 구조가 잘 배열된 기판 위에서 금속 박막을 성장시키는 '에피택시'나 고온 열처리 방법이 사용됐지만 적용할 수 있는 기판과 공정 조건에 제약이 있어 실제 반도체 공정에 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루테늄에 미량의 탄소를 첨가한 뒤 열처리 과정에서 탄소가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결정립 성장과 재배열을 돕는 전략을 새로 제시했다.
열처리 과정에서 루테늄 내부에 있던 탄소 원자들은 결정립계로 이동한 뒤 빠져나가며 빈 공간을 만든다. 이 공간이 루테늄 원자의 이동을 도와 작은 결정들이 합쳐지고 성장하면서 비슷한 방향으로 재배열되는 과정을 촉진했다.
루테늄 구성 원자 1000개당 약 5개의 탄소를 첨가했을 때 결정립의 성장과 정렬이 가장 효과적으로 촉진됐다. 탄소가 더 많아지면 정렬을 오히려 방해했다.
연구진은 '실시간 가열 투과전자현미경(TEM)'을 이용해 시료를 현미경 안에서 가열하면서 결정립이 성장하고 방향이 재배열되는 과정을 직접 관찰했다.
실험 결과 450℃에서 열처리한 루테늄 박막의 평균 결정립 크기는 13nm에서 91.7 nm로 약 7배 커졌고 결정들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정도를 나타내는 결정 배향도는 99.3%를 기록했다.
루테늄 박막의 전기적 성능도 향상됐다. 두께 8nm 루테늄 박막 실험에서 탄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루테늄보다 비저항이 29.0% 낮아졌다. 실제 초미세 배선 구조로 제작하자 배선 저항이 탄소 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루테늄 대비 45.4% 감소했다.
개발된 기술은 복잡한 3차원 반도체 구조에도 적용 가능하다. 종횡비가 33대 1에 이르는 좁고 깊은 홈(트렌치) 구조에 12nm 두께의 루테늄을 입히자 홈의 측면과 바닥까지 99.1%의 높은 균일도로 코팅됐다.
연구팀은 "차세대 3차원 메모리와 2nm급 이하 초미세 반도체 배선 등 복잡한 구조의 고집적 소자에 적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과는 2024년 GIST 중앙기기연구소와 삼성전자 SAIT 간 산학협력 연구에서 얻은 초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결과다.
조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 공동 1저자로 참여해 실험 설계와 수행,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활용한 실시간 미세구조 분석,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 연구 결과 해석 등에 기여했다.
조 연구원은 "금속에 있는 미량 원소를 제거해야 하는 불순물이 아니라 결정립의 이동과 정렬을 유도한 뒤 빠져나가는 일시적 촉진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열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결정의 성장과 재배열을 추적해 차세대 반도체 배선 소재의 구조와 전기적 성능을 함께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임현섭 GIST 중앙기기연구소장(화학과 교수)은 "중앙기기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외부 연구진과 자유롭게 협력하며 새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장려해 온 연구 문화가 만들어낸 성과"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126/science.ady95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