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코딩은 기존 코딩보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돼 접근성이 떨어지고 비효율적이다. 사람이 쓰는 자연어로 인공지능(AI) 에이전트에 명령하는 '바이브 코딩'으로 양자컴퓨터 기반 실험을 자동화하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영어 프롬프트를 양자컴퓨팅 코드로 바꾸고 실제 양자컴퓨터에서 실행까지 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 개발 성과를 소개했다. 프랑스 양자컴퓨터 기업 파스칼이 주도한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됐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유형의 문제를 풀 수 있어 과학 연구뿐 아니라 국방·금융·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미래 전략기술로 꼽힌다. 양자 현상을 활용한 정보처리 단위 '큐비트'로 계산을 수행하며 큐비트의 형태는 초전도 전자회로, 이온, 중성원자 등 물리적인 구동 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클라우드 서비스 등으로 양자컴퓨터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실제로 양자컴퓨터를 작동시켜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려면 고전컴퓨터에서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코드 구조도 상이하고 장치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이해도가 필요해 제약이 크고 비효율적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프로그래밍에서는 바이브 코딩이 널리 쓰이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자연어로 설명하면 AI가 알아서 코드를 작성하고 실행하는 방식이다. 고급 지식이 없어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앤스로픽의 클로드 같은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에 파스칼 양자컴퓨터의 기술 사양을 익히도록 하고 바이브 코딩을 적용해 양자 시뮬레이션 실험을 자동화했다. 양자 시뮬레이션은 촉매나 특이한 자기 성질을 가진 물질처럼 복잡한 물리계를 양자컴퓨터 위에 구현해 기존 컴퓨터로는 어려운 물성 계산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파스칼의 중성원자 양자컴퓨터는 레이저로 붙잡은 원자 배열에 정보를 저장한다. 물질의 움직임을 기술해 번역하는 과정이 핵심 과제다.
연구팀은 물리 현상을 설명한 논문 3편을 골라 AI 에이전트에 코드 작성과 실행을 맡겼다. AI 에이전트는 먼저 일반 컴퓨터에서 가상 양자컴퓨터로 코드를 시험한 뒤 통과하면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이나 캐나다 셔브룩에 설치된 파스칼 양자컴퓨터로 보냈다.
세 번의 시험에서 에이전트는 양자컴퓨터의 하드웨어 스펙에 따른 제약 사항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한 사례에서는 에이전트가 주어진 시뮬레이션이 현재 클라우드로 접근 가능한 장비로 수행하기엔 너무 복잡하다고 판단한 뒤 설명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 시도처럼 이론적인 물리 모델을 양자컴퓨터에서 실행 가능한 코드로 옮기는 과정을 자동화하면 양자컴퓨팅 작업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 사례에서는 물리적으로 정확한 구현에 이르기까지 인간 연구자의 상당한 개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실험 설계와 실행을 빠르게 돕는 조수 역할에 가깝다는 뜻이다.
시라이시 마사키 일본 와세다대 학생 연구원은 "구현된 시스템이 '완전 자율 과학자'는 아니지만 양자컴퓨팅 실험을 설계하고 수행하는 강력한 보조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d41586-026-02495-4
- doi.org/10.48550/arXiv.2607.25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