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안에 림프관이 존재하는지를 두고 두 과학자 팀이 충돌했다. 연구실에서 한때 사제 관계였던 연구자들이 각각 소속된 두 팀이 정면 충돌한 상황이다. 두 팀에 속하지 않는 연구자들은 림프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잘리 쿠숨베 영국 옥스퍼드대 케네디류마티스학연구소 연구원(현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 연구팀은 2023년 국제학술지 ‘셀’에 정상적인 뼛속에서 림프관 구조를 발견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림프관은 면역세포를 운반하고 조직에서 체액을 배출하는 미세관이다.
연구팀은 정상 생쥐의 뼈 내부에서 림프관 내피세포(LEC) 관련 단백질 표지를 가진 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림프관 내피세포는 림프관 안쪽 벽을 이루는 세포다.
연구팀은 생쥐와 인간의 뼈를 3차원으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림프관을 나타내는 관 모양 구조를 확인했다고도 보고했다. 인간 골수 대상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림프관 내피세포가 존재한다는 추가 증거를 얻었다고도 주장했다.
연구팀은 독소를 이용해 생쥐 내 림프관 내피세포를 제거하면 뼈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림프관이 뼛속에 단순히 존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뼈 재생과 회복을 돕는다는 것이다. 골절 환자 등의 뼈 재생을 촉진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림프관은 건강한 뼈의 바깥쪽에는 존재하지만 뼈 내부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동안 알려져 왔기 때문에 연구팀 논문은 당시 상당히 파격적인 발견으로 주목받았다.
쿠숨베 교수가 박사후연구원이던 시절 지도교수였던 랄프 아담스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의생물의학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20일 셀에 반박 논문을 냈다. 건강한 뼈 내부에 림프관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담스 연구팀은 2023년 연구 결과를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비슷한 연구를 진행 중인 중국과학원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3차원 영상 분석과 유전자 발현 분석만으로는 뼈 바깥과 내부 림프관 구조를 구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림프관 내피세포를 식별하는 데 사용한 단백질 표지자는 다른 종류의 세포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림프관 세포 제거 실험에서 뼈 재생 능력이 저하된 게 림프관 때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반박 이유로 들었다.
아담스 연구팀은 유전학적 분석과 2D 영상 기법 등을 동원했지만 정상 뼈에서 림프관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림프관이 뼈를 침범하는 희귀질환인 ‘고햄-스타우트병’ 동물모델에 한정돼 림프관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뼈에는 림프관이 없다는 것이다.
쿠숨베 연구팀은 같은날 셀을 통해 즉각 맞섰다. 아담스 연구팀이 2023년 연구의 실험 조건과 방법을 제대로 재현하지 않았으며 연구에 사용한 영상 기술에 문제가 있어 림프관을 제대로 검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달 초 쿠숨베 연구팀은 림프관이 뼈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재강조한 논문을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에 발표하기도 했다.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두 연구팀에 속하지 않는 또 다른 연구자들은 아담스 연구팀의 주장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뼛속에 정말 림프관이 존재한다면 림프관을 찾는 일이 지금처럼 어려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은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제시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하는 것’을 둔 과학적 논쟁으로 학계는 논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 자료>
doi.org/10.1016/j.cell.2022.12.031
doi.org/10.1016/j.cell.2026.05.039
doi.org/10.1016/j.cell.2026.06.026